사회 사회일반

청소부 출신 국회의원이 열받은 사연

"청소부 아빠, 젊은 여성에게 모욕 듣고 징계 위기" 네티즌 글 읽고 도움 자청


'청소부' 아버지를 둔 네티즌이 아버지가 한 여성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버지가 문제의 여성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자 청소부 출신인 홍희덕(사진)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 네티즌의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다. 아이디가 'tictok'인 네티즌은 20일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쓰레기 청소나 하는 주제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지하철 역사에서 청소를 하는 아버지가 한 여성 때문에 전날 밤 술에 취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일하다 정년퇴임을 한 그의 아버지는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침을 뱉는 젊은 여성을 발견하고 침을 뱉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기 집안도 아니고 자기 먹는 밥그릇도 아닌데 왜 휴지통과 바닥에 침을 뱉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젊은 여성은 기분이 나빴는지 네티즌의 아버지에게 "쓰레기 청소나 하는 주제에…"라고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 달아났다. 여성은 도망가면서도 그의 아버지에게 계속 욕설을 던졌다. 화가 난 'tictok'의 아버지도 욕설로 여성의 행동에 대응했다. 그런데 그 여성이 달아난 후 문제가 발생했다. 청소부에게 욕설을 들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 것. 'tictok'는 문제의 여성이 '자기가 한 일은 쏙 빼고 아빠가 이유없이 욕을 한 것처럼'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아버지가) 사정 설명을 했더니 (아버지 회사에서는) 상황은 다 수긍하지만 고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빠가 젊은 여자에게 모욕을 당한것도 모자라 그런 대접을 받으니 속이 많이 상하셨는지 술을 많이 드셨다"면서 아버지의 수모 때문에 식구 모두 속이 상했다고 밝혔다. 이 글을 접한 홍 의원은 21일 "가족들이 받은 상처에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몰지각한 한 사람의 한마디로 인해 상처받은 아버님과 따님 그리고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해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된 홍 의원의 직업은 환경미화원이었다. 그는 "거리에서 청소할 때 한 아주머니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공부 못하면 저 사람처럼 청소부 될 거냐'라고 말해 가슴과 머리가 쿵쾅 대며 속에서 열불이 나던 때도 있었다"면서 자신 역시 비슷한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회사에서 그런 일로 징계한 것은 정당한 것 같지 않다"면서 "청소하는 노동자는 전국 100만명이 넘는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건물에서 일하시는 청소부노동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는 사회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홍 의원이 해당 글을 작성한 게 맞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이 도움을 요청해 오면 기꺼이 돕겠다는 게 홍 의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의원은 "청소를 오래 해서 청소 하나는 잘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쓰레기가 널려있는 곳이 국회라고 생각하는데 당선되면 악취 나는 국회를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당선 소감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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