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힘모아 다시 뛰자] (갈등조정 해외사례) 네덜란드 노사대타협 장기침체서 탈출

참여정부는 지난해 출범과 함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중요한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한해동안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물리적인 행동에 나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고 날을 샜다. 갈등이 일반화됐지만 타협과 조정의 문화가 부족한 탓에 정책은 혼선을 거듭했고, 국민적 에너지는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무기로 전락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는 갖추고 있지만 다양한 주장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게 우리 사회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선(善), 상대를 악(惡)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인 자세를 버려야 비로소 조정과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원활하게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사회ㆍ경제발전도 가속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0월 제2의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 정부와 노사는 지난 82년 이른바 네덜란드병을 치유하기 위해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는 북해 가스전을 바탕으로 70년대말까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했지만 80년대 들어 세계적인 경기침체 및 과도한 재정지출 여파로 장기침체에 시달렸다. 그래서 실업증가, 높은 물가 등으로 요약되는 `네덜란드병`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바세나르협약은 노사가 나라를 살리기 위한 대타협이다. 노동계는 자발적으로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했고, 기업은 고용기회를 확대하는데 노력했다. 정부도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금을 내렸다. 이해관계자들이 조금씩 희생을 감수하면서 네덜란드는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90년대 말부터 다시 경제가 어려워지자 네덜란드는 지난해 다시 제 2의 바세나르협약을 만들어 경제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남아공화국은 극단적인 흑백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전체 인구가운데 17%에 불과한 백인이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통해 흑인의 인권을 억압했으나 지난 89년 인종분리주의는 철폐됐다. 만델라 대통령은 94년 취임 후 과거의 인권탄압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되 가해자(백인)와 피해자(흑인)가 화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진실과 화해 위원회`다. 위원회는 과거의 인권탄압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용을 베풀었다. 물론 과거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명예회복과 함께 경제적인 보상이 이뤄졌다. 현재 남아공은 정치ㆍ경제 안정을 바탕으로 월드컵 유치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나 남아공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키워드는 관용과 희생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한 조정과 통합은 불가능하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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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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