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지난 가을만 하더라도 왕성한 기력을 보이시며 전경련 모임에도 참석하셨던 회장님이 아니십니까. 너무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황망함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아무리 인명이 재천이라고는 하지만 회장님처럼 큰 발자취를 남기신 분이 너무도 덧없이 세상을 등지는 현실 앞에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의 무력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많은 후배 기업인들에게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고 가르침을 주셔야 하는 경제계의 어른으로서 아직도 하실 일이 많으신 분이 이렇게 느닷없이 우리의 곁을 떠나시니 그 허망할 따름입니다.
돌이켜보면 회장님은 지칠 줄 모르는 활력과 열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큰 공적을 남기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초의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면서 자동차 신화를 일궈내신 것이 그것입니다. 회장님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대부로서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회장님을 추모하는 이유는 자동차 신화에서와 같은 화려한 성공의 기록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성공보다는 회장님께서는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지혜와 슬기로서 그것을 극복하신 분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회장님께서 현대그룹을 이끌어가시던 당시는 대내외적으로 모든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였으며 기업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던 때입니다.
회장님께서는 그러한 어려운 시기에 누구보다도 고되고 힘드셨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도경영의 길을 걸어 역경을 이겨 내심으로써 많은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셨으며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큰 가르침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민주화 이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노사분규의 격랑을 헤쳐나오면서 노사가 서로 협력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또한 개인적으로 회장님께서 전경련 회장단 일원으로 참여하시어 일하시던 때를 돌이켜보게 되는데 늘 명쾌하고 정연한 논리로서 회장단 회의에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불어넣으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저 세월 앞에 모든 것이 아쉽고 덧없다고 느껴질 뿐입니다.
가난의 굴레를 떨쳐내기 위해 숨 가쁘고 절박하게 달려야 했던 경영자의 긴장감을 풀어내시고 이제는 회장님의 수고로 이 세상에서 이루신 결실로 자손들이 복을 누리는 것을 내려다보시면서 편히 쉬십시오. 그렇게 되시도록 명복을 빕니다.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 경제인들은 경제 대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05. 5. 25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강 신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