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 이후 자살 책임을 일선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전가하면서 폭언과 자살 협박을 일삼으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는 최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마지막 선물을 주겠다. 내가 죽고 나서 알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자살 협박성 민원을 받는 등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민원인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신청에서 탈락한 뒤 자살을 언급하면서 대상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 담당 공무원을 당황스럽게 했다. 민원을 접한 한 복지 담당 공무원은 "민원을 받기가 겁날 정도"라며 "우리 구청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구의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살사건 이후 비난의 화살이 복지공무원들에게 향하자 기준 미달로 탈락한 기초수급 대상 신청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각종 폭언과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 관계자는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구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복지 수급에서 탈락한 주민들이 강하게 항의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복지업무도 바쁜데 악성민원에 노출되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특히 신체 위협이나 자살 협박성 민원에 그대로 노출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민원인이 갑자기 손목에 자해하는 바람에 해당 공무원이 정신적 쇼크로 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일선 복지 담당 공무원은 "관내에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매일 민원에 응대하고 있다"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엄청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악성민원 대응 가이드라인을 각 구청에 배포해 시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장 분위기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민원인의 폭언·난동에 대해서는 2회까지 자제를 요청한 뒤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성희롱·폭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제 요청 없이 즉시 법적 조치가 가능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A구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자해를 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민원인을 똑같이 강하게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자살 협박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이란 게 자치구별로 민원 유형이나 그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각 구청에서 맞춤형 대처 방안을 세우는 게 낫다"며 "각 자치구별 상황에 따라 현실적으로 대처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