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8일 각각 7%, 6%의 폭락세를 보인 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나오자 급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체 상장종목의 절반에 가까운 1,400개 종목의 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며 이들 종목의 거래가 재개되면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시의 움직임은 국내 시장에도 외국인들의 신흥국 자금 유출과 맞물려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전문가 2인의 견해를 들어봤다.
루이스 루 CSOP 펀드매니저 "지금이 대형주 매수 적기"
신용거래 규모 크게 줄고 ETF 자금유입 등 긍정적
2007년보다 기업이익 2배↑… 中 증시 과열 국면 아냐
"중국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양책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대형주를 매수해야 할 시기입니다."
루이스 루(사진) 중국남방자산운용(CSOP) 펀드매니저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증시의 신용거래 규모가 지난 6월 중순 최고점인 2조2,000억위안에서 최근 1조6,000억위안 수준까지 감소했다"며 "비정상적 신용 과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CSOP에 따르면 7일 기준 중국 증시의 총 신용거래 규모는 1조6,288억위안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4월8일과 비슷한 규모다.
루 매니저는 중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외 시장 자금추이를 살펴보면 중국 증시가 폭락과 급등을 오간 지난 2주간 오히려 FTSE China A50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1억달러~12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며 "역외 자금이 증시 폭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SE China A50 지수는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루 매니저는 당분간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패시브 전략을 활용하는 역외 자금의 중국 증시에 대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증권사 공동 펀드를 조성해 ETF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지수 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주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중국 증시가 '과열' 국면이 아니냐는 지적에 단호하게 반박했다. 루 매니저는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선까지 치솟았던 2007년과 비교해 중국 기업의 이익 규모가 약 두 배나 증가했다"며 "더불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 수준인데 반해 FTSE China A50 지수의 PER는 11~12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어윈 산프트 맥쿼리 중국전략헤드 "3,300선 이하서 접근해야"
기업이익 규모 고려하면 적정 주가수준은 3,300선
신용리스크도 해소 안돼 중국 증시 추가하락 가능성
"신용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300선 이하로 다시 떨어질 것이고 이때쯤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어윈 산프트(사진) 맥쿼리증권 중국 전략 헤드는 "중국 기업의 이익 규모 등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상하이종합지수의 적정 주가 수준은 주가수익비율(PER) 12배인 3,300선"이라며 "3,900에 육박하는 지수는 여전히 비싸다"고 밝혔다.
산프트는 지난 18년 동안 중국 관련 주식 리서치 활동을 해온 베테랑이다. 크레디리요네(CLSA)·BNP파리바·스탠다드차타드(SC) 등에서 중국 전략팀을 이끌었으며 지난 2월 맥쿼리증권으로 옮겼다.
산프트는 중국 정부의 부양 노력에도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전 고점(5,166.35) 대비 30% 이상 폭락한 데 비해 신용 잔고 감소 폭은 고작 15%에 불과하다"며 "신용거래의 추가적 청산에 따라 지수가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맥쿼리증권에 따르면 투자신탁회사, 온라인 금융 등 그림자 금융을 감안한 현재 중국의 신용거래 잔액은 유동주식 시가총액의 2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프트는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신용거래 때문이며 이와 같은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때 통상 중소형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마련"이라며 "아울러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시장 전체를 사는 전략보다는 인터넷·헬스케어 등 중국 경제 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산업 분야의 우량주에 중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안전하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뽑은 우량주는 핑안보험(금융)·바이두(인터넷)·팅이(음식료)·레노버(IT)·하이크비전(보안)·메이디(가전)·장성기차(자동차)·헝안국제그룹(소비재) 등이다. 앞으로 이익 성장 가능성이 높고 각 산업에서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