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빅딜이후의 재계

5대그룹은 7일 진통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구조조정합의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에 대한 후속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재계는 국내기업 사상 처음 자율로 조정방안을 마련한 만큼 반도체를 포함한 7개 업종의 합의안을 차질없이 추진, 12월말 통합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외부컨설팅업체의 실사를 통해 11월말까지 경영주체를 선정키로 한 반도체는 자산실사와 경영주체 선정작업을 동시에 진행시킬 계획이다. 김우중(金宇中) 전경련회장도 이날 『일부업종에서 경영주체를 명확히 하지는 못했지만 연말까지 어떤 형태로든 합의안을 이행키로 한 것은 상당히 진전된 사항』이라며 『이번 합의안을 시작으로 2, 3차 구조조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통합법인 설립이 가장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항공과 철도차량. 항공은 7일 구조조정합의안이 발표되자마자 통합법인의 경영책임을 맡을 전문경영인을 공개채용키로 했다.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이 통합, 단일법인을 설립하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독립경영체제를 갖추기로 합의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철도차량도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철차 3사의 단일법인 설립방안에서 후퇴, 대우-한진을 통합해 현대와 함께 2사체제를 갖추기로 하고 이날 통합법인의 전문경영인의 공채에 나섰다. 구조조정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외자유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은 최근 통합법인에 일본 미쓰이(三井)물산의 외자를 유치키로 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으며,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한국전력이 보유한 한국중공업지분 20%를 매입키로 결정했다. 항공 역시 새로 설립될 통합법인에 미국 보잉사등의 지분참여를 유도키로 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전경련은 또 이번에 1차구조조정에 대한 최종합의안이 마련됨에 따라 2차 구조조정도 병행해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속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를위해 이날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15명으로 구성된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구성, 2차 구조조정대상업종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5대그룹이 연일 밤샘협상을 통해 가까스로 마련한 합의안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는게 급선무다. 또 반도체 부문의 공정한 실사 및 사실상 경영주체 선정에 실패한 발전설비의 합의점도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2차 구조조정방안 마련과 관련해 5대그룹중심의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있는 6대 이하 그룹에 대한 대책마련도 재계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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