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기술로 미래를 열자] <下> 일본의 사례

장기불황에도 투자 주력 기술 경쟁력 세계최고로<br>디카 CCD 세계시장 석권등 경제강국 위상회복 밑바탕


일본 경제가 10여년 장기불황을 이겨내고 재기하는 뒷배경에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불황기에도 기술개발(R&D)에 소홀히 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국제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이 버티고 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수출기업들은 호황이지만 투자와 고용증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훌훌 털고 경제강국의 위상회복에 나서게 된 원인은 제조업의 기술경쟁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기업-중소기업간의 확고한 협력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장기불황 속에서도 원천기술과 응용기술 확보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디지털 전자, 미래형 자동차, 정밀화학, 부품ㆍ소재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급상승 추세에 있다. 이미 연구개발(R&D) 투자ㆍ인력, 특허등록 등에서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과학기술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 일본은 1949년 유가와 히데키(湯川秀樹)가 처음으로 물리학상을 받은 후 지금까지 9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2000년 시라가와 히데키(白川英樹), 2001년 노요리 료지(野依良治)가 화학상을, 2002년에는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가 물리학상을,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가 화학상을 수상하는 등 기초과학 부분은 서방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명도 없는 우리나라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일본은 이런 기초연구 능력을 바탕으로 기술 및 제품 경쟁력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부품인 CCD(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반도체)의 세계수요 100%를 후지쯔, 로마, 르네사스 등 일본기업에서 공급하고 있다. DVD 플레이어 및 게임기의 핵심부품인 광픽업(턴 테이블의 바늘)과 DVD용 시스템 LSI, 이모션 엔진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마쓰시타와 소니가 각 90%를 차지하고 있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지만 이런 핵심부품은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베 제철소는 1,000만번의 반복 신축에도 마모되지 않는 자동차 엔진용 밸브 스프링을 개발, 세계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쯔비시는 애완용 로봇, 걸어다니는 로봇, 가사보조 로봇 등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업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카를 상용화했으며 히타치 금속은 면도날 재료에서 세계시장의 50~60%를 장악하고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10년 불황의 와중에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해외 생산보다 오히려 낮은 생산원가를 달성했다”며 “자신감 회복이 일본 제조업의 부활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제품에 들어가는 미세부품과 기술의 상당부분을 자국내 중소기업들과 긴밀한 제휴를 맺고 공급 받는 ‘사슬형 수요ㆍ공급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품업체와 가공업체간의 기술제휴 및 상호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CDMA 휴대전화가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와 조립해서 내다파는 탓에 내수에는 도움이 안 되는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룬다. 한국은행 조사국 정후식 차장은 “일본 기업들은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나노기술, 로봇 등 향후 10년 이상 통용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 개인에 체화된 생산기술을 중시하는 등 사람을 기업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는 것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