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企, 무역통계가 없다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먼저 대기업을 포함한 다른 기업의 오더를 받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제조 중소기업 중 오더기업의 비중은 지난 2002년 64%에서 2009년 43%로 줄어들었다. 또한 대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중소기업 간 거래 비중은 늘고 있다. 기업 수 기준 중소기업에서 오더를 받는 기업이 53%인 데 비해 대기업 오더 기업의 비중은 11%로 중소기업 간 거래의 5분의1 수준이다. 비즈니스 활용 자료 턱없이 부족 우리나라 수출실적에서 중소기업의 기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변화 중 하나이다. 높은 수출실적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실적일 뿐 중소기업의 수출실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2002년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과 내수 비중은 2대8이었으나 2009년에는 1대9로 낮아졌다. 중소기업들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와 관심이 낮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러 기관들이 중소기업 수출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수출시장 개척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통상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수출 시장 검토시 소요되는 초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수출과 관련된 많은 정보가 수출촉진기관 및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에 의해 발간되지만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품목 혹은 관세세번(HS)별 중소기업 수출입통계는 어느 기관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통계는 사실상 대기업의 수출입 실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 무역통계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작업이 결코 아니다. 관세청ㆍ국세청ㆍ중소기업청이 협력하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본적인 통계도 없이 신용보증, 정책자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매년 수십조원의 중소기업 지원을 해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스몰자이언츠(Small Giants)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기술력ㆍ마케팅ㆍ비전 등을 차별화해 성공신화를 만들었고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해외 틈새시장을 개척한 공통점이 있다. 대ㆍ중소기업 간이 계열화돼 있는 경우 대기업에 납품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항상 약자이고 '을'일 수밖에 없고 대기업을 아무리 윽박질러 봐야 '갑'은 '갑'일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이 독자수출 길을 열자 '을'에 대한 '갑'의 태도가 바뀐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도록 요청하거나 이러한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동반성장지수와 중소기업 적합 분야 선정을 동반성장위윈회의 주요 업무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다. 관세청·중기청 등 함께 나서야 돈만 뿌리는 중소기업정책보다는 중소기업 수출의 기본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기본적인 중소기업의 수출입통계 없이 중소기업의 글로벌시장 전략을 도출하는 일은 요원한 일이 아니겠는가. 동반성장위원회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의 수출 신장 및 해외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제공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무역통계는 관련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체계만 구축하면 되므로 가장 쉬우면서 빠르게 완료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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