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세계 중앙은행들의 책무

파이낸셜타임스(12월13일자)

신용경색 사태가 반환점을 돌았다. 12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단합했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행동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럽중앙은행(ECB)에 자금을 공급하고 잉글랜드은행(BOE)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지금까지의 고집을 버렸다. 아직 전투에서 승리했다고는 장담을 못하지만 분명 지원군은 도착했다. 금융시장이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대출을 늘리기 위해 시장에 무제한의 자금을 공급했던 지난 2001년 일본의 경우처럼 지금 상황이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 같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용경색은 4개월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고 오히려 악화됐다.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게 됐다. FRB는 다음주 월요일 먼저 200억달러를 공급한다. 경매 방식을 통해 1개월짜리 단기자금을 내놓는다. ECB에도 달러를 지원, 시장에 자금공급을 늘리도록 했다. BOE도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무질서하게 퇴각하는 사령관들처럼 그동안 중앙은행들은 별 효과도 없는 단편적인 대응책 밖에 내놓지 못했다. 재할인율을 인하했지만 창구는 한산했다. 영국 노던록 사태처럼 시장에 ‘우리는 위험하다’고 떠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지불능력 있는 어떤 은행도 이를 이용하질 않았다. FRB의 경매 구상은 분명 문제해결에 한발짝 다가간 시도다. 금융회사들은 담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경매에서 최저가격으로 낙찰 받더라도 페널티가 없다. 낙찰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어떠한 오점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200억달러는 총 10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은행시스템에는 푼돈이기 때문이다. 또 지불능력이나 신용이 의심스러운 은행에 대출하도록 시장을 설득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작전이 시작되고 공공자금에 대한 일부 리스크 정도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느낀다면 은행들도 시장금리가 정상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일을 늘려나갈 것이다. 즉각적인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단결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물론 이들도 마술처럼 지난 10여년간의 유동성 과잉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뢰회복 차원에서는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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