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축은 문화다] <2> 청담동 '퍼즐하우스'

박준영(주가인 건축사사무소 대표)<br>퍼즐조각 쌓은듯한 콘셉트…공동·단독주택 장점 살려

청담동 퍼즐하우스 외관 (사진작가 김한수씨 제공)

청담사거리와 학동사거리 중간쯤 서울 청담동의 언덕배기에는 유난히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많다. 울창한 나무들 뒤로 살짝 숨은 연립과 단독주택들 사이로 빌딩도 아닌 듯 집도 아닌 듯한 낯선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자리잡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퍼즐 하우스(Puzzle Haus)’는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잡아끄는 건물이다. 마치 콘크리트로 만든 레고블록 덩어리를 들쭉날쭉 얹어놓은 듯한 외관으로만 보면 어느 중소기업의 개성 넘치는 사옥 같기도 하다. 층층이 투명한 유리로 둘러진 발코니가 눈에 들어온 다음에는 고급 빌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6층이나 되는 빌라는 금시초문이다. 정체는 뜻밖에도 ‘아파트’다. 1층에 갤러리 카페가 자리잡고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주상복합 아파트’가 맞다. 퍼즐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퍼즐 조각을 이리 쌓고 저리 쌓은 듯한 콘셉트로 설계됐다. 말하자면 전용면적 30~40평 정도인 각 세대 하나하나가 커다란 퍼즐 조각인 셈이다. 단촐한 1층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빛 우물’로 이름지어진 작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역시 투박한 질감의 노출 콘크리트 벽면으로 둘러진 공간이 각 층을 관통하며 뚫려있는 덕분에 약하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햇빛이 종일 스며든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비 조형물들과 어울려 마치 장엄한 회색 톤의 초기 교회당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각 세대에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면 빛 우물을 접점으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퍼즐 하우스를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주가인의 박준영 대표는 “폐쇄적이고 기계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본질을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는 공동 주거공간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퍼즐 하우스를 둘러보고 있자면 무척 인간적이고도 미적 가치가 뛰어난 아파트를 극소수만 향유하는 영역에 가둬놓는 것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 논리가 우선하는 일반 아파트도 이렇게 지을 수는 없는 걸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공동주택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단독주택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타운 하우스’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 고급 주거를 추구하는 타운 하우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떠올려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퍼즐 하우스 같은 아파트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