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대란은 또 일어납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아이폰6 대란에 참여했던 한 판매점 관계자는 "시장에서 싼값에 고가의 휴대폰을 사려는 수요와 점유율을 높이려는 이동통신사의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2의 아이폰6 대란은 다시 일어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마디로 경쟁을 원하는 시장을 단말기유통개선법이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시행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단통법이 '아이폰6 대란'을 거치면서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의 긍정 효과를 예로 들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인허가권이라는 규제 권한을 내려놓지 못한 욕심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한다.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단통법의 몇 가지 조항은 이통사 간의 경쟁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통사들의 독과점을 고착화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시장경쟁 촉진을 막는 반시장적 모순이 유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통법 보완책, 근본 해결책 안돼=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로 보조금 상한 규제가 꼽힌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폐지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단통법 상한 규제를 폐지한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 규제가 사라져도 보조금 공시는 그대로 존재한다"며 "보조금 공시가 남아 있는 한 보조금 상한을 없애도 이통사들은 서로 눈치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보조금 공시 내역을 토대로 이통사 등 기업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요금인가제 폐지 역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한 수단이나 근본 대안은 아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평균 8.7%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13.2%까지 요금이 떨어질 수 있어 자연스럽게 이통사들의 요금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가제를 폐지해도 실제로 그것이 요금 경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5대3대2 라는 이통사의 점유율이 고착화돼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아이폰6 대란에서 보듯 보조금 지원에 상한선을 둬도 이통사들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불법인지 알면서도 또다시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했다. 아울러 싼값에 구매하려는 시장수요가 결부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제품을 구입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겨 소비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단통법이 시행된 후 소비자들이 격분하고 있는 것은 단말기 구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이는 이통사가 지급하던 보조금이 줄어든 탓"이라며 "정부가 그렇게 자신했지만 또다시 아이폰 대란이 일어난 것처럼 차라리 규제를 없애 소비자들의 이득이 커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 포함한 경쟁촉진 방안 마련해야=이 같은 지적 속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단통법 보완책은 '단통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단통법은 경쟁과 시장을 침체시키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지난 10월 번호이동 건수는 37만4,828건이다. 단통법이 한 달 동안 37만건의 번호이동이 이뤄졌는데 이는 올 4월 39만8,050건을 기록했던 것보다 낮으며 번호이동시장이 열린 후 최저치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번호이동 건수는 이통시장의 경쟁지표이면서 동시에 시장 활성화 여부를 살펴보는 주요 지표"라며 "번호이동 건수가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촉진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단통법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폰6 대란은 단통법 그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이에 따라 현재처럼 단통법 테두리 내에서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단통법이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요금인가제 폐지 역시 실질적인 고객 혜택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요금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가제 개선 외에 시장의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통신 경쟁 정책 등 전반적인 통신 정책과 연계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단통법 문제의 키포인트는 소비자와 시장은 경쟁 구조인데 이것을 막는 것"이라며 "결국 아이폰 6 대란은 이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 실패를 자꾸 정책을 만들어 개선하려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