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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부시의 '테러 모의' 발표는 정치술수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알카에다에 의한 LA 테러 모의를 사전에 발각했다고 느닷없이 발표하고 나섰다. 이는 수많은 헌법학자들이 부시 행정부의 불법 도청을 지적한 데 대해 의회가 본격적인 심의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에 나온 것이어서 매우 공교로웠다. 부시의 발언은 정치적 냉소를 부를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의회와 법원의 본연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도청의 불법성 여부를 확정하는 것을 늦춤과 동시에 ‘테러와의 전쟁’을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사실 부시가 밝힌 테러 모의는 지난해 10월에도 제기됐던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또한 지난 2002년 초에 있었던 비슷한 테러 모의로 해당 관련자들이 지금까지 연금돼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미국의 집요한 추적으로 인해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만은 최소한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들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LA 모의’를 꾸몄는지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을 새삼 실감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카에다를 아직 소탕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테러조직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결코 테러조직에 대한 감시망을 늦출 수도 없고 테러와의 전쟁이 이번 세대 내내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려면 건전한 정치적, 헌법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를 위해서는 양대 정당의 지지와 정부 각 부문의 수평적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도청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부시의 도청에 대해서는 공화당의 일부 중진들까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알렌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은 백악관에 도청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고 나서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의 요체는 ‘리더십의 지속’이어야지 정파적인 이해가 핵심이 돼서는 곤란하다. 스펙터 위원장이 주장한 것처럼 백악관이 정말로 영장 없는 도청을 합헌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면 법원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법적인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백악관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의회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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