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혼돈의 시대를 사는 법

요즘처럼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우리 5,000년 역사가 비록 ‘고난의 역사’였다고는 하지만 외세의 침략이나 타(他) 국가와의 전쟁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나의 왕조가 500년 이상을 존속한 경우가 인류 역사상 흔치 않은데, 이 또한 우리 민족이 상당히 안정된 공동체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우리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만든다. 60년 가까이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는 ‘남북 문제’가 큰 위기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온갖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있으며 각종 경제지표는 좋지 않은 상황을 연일 예고하고 있다. 대학은 ‘사학법’과 ‘교육 자율권’ 문제로 시끄럽다. 정치권이 국가안보 문제를 정략적인 차원으로 끌고 가면서 이념 대립은 이 정부 초기보다 더 심각하게 돌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우성을 쳐야 할 국민들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 불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우성 쳐봐야 별 해결책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불안감만 더 가중될 뿐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매일 매일을 살아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그러나 남을 비방하기에 앞서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하나의 마음으로 합한다면 이러한 혼란도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먼저 이 같은 혼돈의 원인을 파악하고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변해나갈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전체를 움직이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주목해야 한다. 바로 구전되는 작은 여론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마치 작은 바람이 다리의 주파수와 공명을 이뤄 거대한 힘이 되듯 한두 명의 작은 목소리들이 어떤 공감대를 얻어 순식간에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론인 것이다. 늘 세심한 마음으로 여론의 향방을 미리 읽을 수 있다면 이 혼돈의 시대를 큰 실수 없이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하라는 것이다. 정책 결정을 할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다 고려해야 한다.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거나 컴퓨터의 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 결과를 예측해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공학이나 경영학에서는 무작위 변수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부동산 정책 같은 것이라면 중개사나 실수요자들을 대량 동원해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반응을 사전에 측정해보는 것이 바로 모의시험에 속한다. 북핵 문제도 한국의 입장에서만 판단하기보다는 6자 회담의 6개 팀으로 전문가를 나누어 ‘한국 팀’ 외의 나머지 5개 팀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분리해 구상하도록 한다면 생각 외로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법은 정책 이후 상반된 반응을 미리 예견하게 하고 그래서 좀더 안정되고 공감이 가는 정책을 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깜짝 부동산 정책은 잠깐 뉴스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순식간에 정책 입안자들을 괴롭히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다름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말 바꾸기가 상당히 보편화돼 있고 또한 상당 부문 용인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사태가 복잡하게 꼬일수록 오히려 단순한 원칙이 혼란을 막을 수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8~9개의 혹성이 돌고 있는데 만일 태양이 흔들리면 그 혼란이 어떻겠는가. 충청도 사람들의 말이 왜 느린가를 역사적 근거를 들어 분석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삼국시대의 가운데 있으니 마음을 가운데 둘 수밖에 없어 충(忠)이요, 그 속에서 말을 실수하면 안되기에 점차 신중해지면서 말이 느려졌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원칙과 신중’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기억해둘 대목이다. 대부분 정책 입안자나 리더들은 국민들의 생각을 기본으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이 원칙에 따른다면 리더를 선택하고 정책 결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현명한 기준과 판단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 스스로를 살아남게 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정책 입안자나 리더들이 국민들의 작은 말소리, 조그만 의견들을 귀담아 듣게 만들고 많은 생각과 연구를 거친 후에 신중하게 정책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며 그 정책이 옳지 않았을 때는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원칙을 만드는 것도 다 국민들의 몫인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그들이 원칙과 철학을 갖고 매사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만일 원칙을 바꾼다면 왜 무슨 이유로 바꾸어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솔직히 얘기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이 나라의 혼돈이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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