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사의 골프엿보기] 실력과 무관한 '올림픽방식'

얼마전 동경에서 극동플라스틱 간담회가 열렸다.이 행사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이 주축이 되고 이외 5개국이 옵서버 형식으로 참가해 매년 각 나라의 문제점과 과제를 선택하여 토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행사가 끝난후 일본대표인 쓰미토모그룹 모리회장은 필자가 「골프광(狂)」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 한국대표단을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초청했다. 자그마치 그린피가 2만7,000엔인 최고급 클럽이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도착한 우리는 모든 장비를 빌려야 했고 장갑과 볼은 매점에서 따로 구입했다. 나는 일본 대표측의 제의로 타당 100엔짜리 게임에 흔쾌히 응한뒤 내심 「외화벌이(?)」의 일선에 한번 나서보자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핸디캡이 6인 내 실력으로 볼때 그들은 상대가 되지않았다. 그러나 첫 홀부터 슬라이성 OB가 나기 시작하더니 9홀을 도는 동안 무려 5개의 OB를 내고 말았다. 생전 슬라이스라는 단어를 몰랐던 나는 외화획득은 커녕 망신감에 얼굴이 불거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전반 9홀을 끝내고 쉬는동안 배꼽을 잡고 웃으며 다른 클럽으로 바꾸어 주면서 사과했다. 너무 실력차가 나 클럽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후 필자는 전반에서 잃은 「민족자본」을 회수하고 거금 300엔을 벌었다. 필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날 플레이를 즐겼던 경기방식이다. 그들의 게임방식은 흔히 우리가 즐겨하는 스트로크나 라스베이거스 또는 홀매치(스킨스)도 아니었다. 우리가 즐겨하는 모든 게임은 자세히 보면 잘 치는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실력차를 고려해 핸디를 주고 받지만 종국에는 로핸디캐퍼가 위너가 되는 쪽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이날 우리가 한 시합은 실력과 무관한 올림픽방식이었다. 몇 번을 치던지간에 홀에 가까운 사람이 1점, 그리고 가장 먼저 홀에 집어넣는 사람이 2점을 획득하고 버디를 한 경우에는 5점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에앞서 가장 먼저 그린에 올린 실력자에게는 1점을 주게된다. 이 게임의 특징은 1등과 꼴찌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걸고 운동을 하다가 불상사가 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때 이런 방법으로 경기방식을 바꿔봄직하다. 골프는 그래도 내기가 있어야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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