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리인상에도 투매… 러 루블화 대폭락

장중 25% 급락… 중앙銀 사실상 통제 불능<br>글로벌 뭉칫돈 신흥시장 '엑소더스' 가속화


유가 급락에 따른 러시아 등 산유국의 통화가치 폭락이 신흥시장의 외환위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고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으로 내몰린 가운데 글로벌 투자가들이 인도네시아와 터키·브라질·태국 등 신흥국의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7~1998년과 같은 신흥국 위기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현지시간)부터 기준금리를 현행 10.5%에서 17.0%로 6.5%포인트 전격 인상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루블화 가치가 하루 새 10%가량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64.45루블을 기록하자 더 이상의 자금유출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금리인상 후 루블화는 60루블대 초반으로 반등했으나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는 일시적 방어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뉴욕시장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3% 하락해 2009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배럴당 55.91달러로 마감했다. 연이은 유가 하락에 남미의 대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국채 가격도 1998년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디폴트 우려를 고조시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97%가 12개월 내 베네수엘라가 디폴트 상태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시장의 동요는 아시아 등 신흥국 전반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저유가 쇼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따른 글로벌 자금회수 우려와 맞물리면서 연쇄적인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6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이틀 연속 경신했고 태국 증시도 전날 9% 빠진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터키 리라화는 전날 3.3%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85% 내린 1,904.13으로 장을 마쳤다.

이처럼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이 본격화하자 시장에서는 1997~1998년 당시 신흥국을 강타한 외환위기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신흥국의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가 확연히 개선된 점 등을 들어 지금의 시장불안이 당시와 같은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아직 힘이 실리고 있다.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