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의 선택 '부실채권과의 전면전'

일본의 도쿄 증시가 폭락, 마지노선이라는 9,000엔선이 붕괴됐다. 도쿄증시는 어제(7일) 닛케이(日經) 평균주가가 지난주말에 비해 339.55엔(3.76%)이나 떨어진 8,688.00엔으로 장을 마감, 19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에 거품경제가 시작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폭락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2차 내각이 출범하면서 내비친 부실채권에 대한 처리 강화 방침이 불을 질렀다. 정부조치의 강화는 기업도산으로 이어지며 실업률도 급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분위기를 냉각시킨 것이다. 지난 9월초부터 시작된 미국 발 금융불안이 지구촌을 요동치게 하더니 이번엔 도쿄증시가 무너짐으로써 세계금융시장에 또 하나의 위험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사정이 비교적 낫다고는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현상에 비추어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절정에 달했던 1989년 12월29일 닛케이 평균주가가 3만8,915엔으로 최고점에 이르렀다. 그 때와 비교해 보면 무려 4분의 1이상이나 하락한 셈이다. 도쿄증시가 이처럼 맥을 못추게 된 데는 부동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초고속 성장기에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한도를 초과해 가며 대출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거품경제가 벗겨지자 이들 대출은 거의 부실채권이 됐으며 금융기관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뉴욕의 록펠러 센터를 10년이 못가서 헐값에 미국에 되 판 것은 일본 거품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실례다. 지금 우리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이 일본을 따라가는 꼴이어서 일본의 거품붕괴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현재 안고 있는 악성 부실채권은 54조엔으로 기업들 가운데는 건설ㆍ부동산ㆍ유통ㆍ서비스 업종 등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차 내각의 금융담당 장관에 공적자금 도입론자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담당 장관을 겸임 발령했다. 그는 부실채권 처리과정에서 대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연히 해당 기업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으며 실제로 도산이 예고돼 있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우리의 구조조정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말았다는 점에서 일본의 결과가 주목된다. 일본은 부실채권과의 전면전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도쿄증시도 그에 따른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고이즈미 총리의 승부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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