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사진) LG상사 부회장이 사임했다. STX그룹의 금품 로비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책을 유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LG상사는 16일 이 부회장이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STX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 LG상사의 경영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LG상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STX중공업 회장 시절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금품 로비에 연루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소환됐으며 앞서 지난달에는 이 부회장이 STX건설의 군인공제회 채무를 STX중공업의 연대보증으로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LG그룹의 현직 고위 경영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전 직장에서의 일로 조사를 받은 만큼 LG와는 상관이 없지만 회사에 누를 끼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사임은 정식 취임한 지 두 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LG상사 상임고문을 맡아온 데 이어 같은 해 11월 LG상사 부회장으로 내정됐으며 올해 4월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취임했다. 이 부회장의 사임에 따라 LG상사는 이 부회장과 송치호 부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송 부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한편 이 부회장은 1972년 행정고시 12회로 공직에 들어섰으며 산업자원부 차관을 거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 이어 한국무역협회 회장, STX에너지·중공업 총괄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