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서로 자국 경제 부담 줄이기 골몰… 경쟁적 환율방어 나설듯

■日·스위스 "통화 절상 막자" 외환시장 직·간접 개입<br>"효과 나올때까지 전력" 양국 추가 개입도 시사<br>美 QE3 가능성 고조에 브라질·亞 국가들까지 경쟁적 환율방어 나설듯


국가채무 문제가 불거진 미국과 유럽을 피해 글로벌 자금이 도피처로 몰려가던 스위스와 일본 중앙은행이 차례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비상조치에 나서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세계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환율전쟁'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디폴트 논란 및 경기둔화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표적인 '안전 통화'인 스위스 프랑과 일본 엔화로 쏠려 통화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자 스위스중앙은행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습적으로 금리를 떨어뜨려 간접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다. 스위스 프랑은 미국의 국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달러화 대비 11%나 절상돼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8년 초와 비교하면 무려 42%나 절상된 수준이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스위스 프랑가치가 지나치게 과대 평가돼 스위스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외환시장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프랑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뒤인 4일 달러당 77~76엔대까지 치솟은 엔고(円高)를 보다 못한 일본은행은 엔화 매도를 통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나섰다. 대지진 이후 주요7개국(G7)을 동원한 공조개입에 나선 지 5개월 만, 일본 독자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15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국채 및 국내 자산을 사들이는 기금을 10조엔 늘리는 추가 금융완화책을 병행해 엔고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직접적 개입에 나서는 동시에 일본은행 기금으로 자산을 대거 매입해 유동성을 풀 경우 엔화가치를 보다 확실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이날 환율개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편중된 엔고 움직임이 지속되면 일본경제와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개입 사실을 밝힌 뒤 "(개입) 효과가 나올 때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앞으로도 환율 움직임에 따라 추가 개입 여지가 있음을 시장에 알렸다. 이처럼 통화가치 절상으로 경제에 부담을 느껴온 스위스와 일본이 잇따라 인위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지난해 9월 브라질의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이 촉발했던 '환율전쟁'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두 나라에 이어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설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어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과 스위스가 아무리 시장개입을 단행해도 미국의 경기불안과 국채 문제 우려에 FRB의 추가 양적완화까지 더해질 경우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못해 이들 국가의 지속적인 시장개입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화와 유로화로 자금이 유입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 채무불안 우려가 적은 엔화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FRB의 추가 양적완화로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할 경우 이번 조치로 엔고에 제동이 걸릴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위스와 일본은 이번 조치 이후에도 프랑화 및 엔화 강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들의 지속적인 시장개입이 주변국이나 아시아의 주요 교역국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라질이나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쟁적인 시장개입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리스크 회피 자금이 몰리는 스위스나 일본과는 고금리와 달리 브라질이나 아시아 각국으로는 고금리와 경제성장의 수혜를 보려는 자금이 몰리면서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일부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세계적으로 시장개입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각국의 환율 개입에 대해 비난의 포문을 열며 '환율전쟁' 논란을 일으켰던 브라질의 경우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을 방어하느라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WSJ는 또 "일본의 조치는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 재연에 대한 불만, 특히 아시아의 교역 경쟁국인 한국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