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은행, 관세청,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일 양국 간 수출입에서 결제통화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엔화가 엔저의 영향으로 달러화에 서서히 밀려 올해 1분기에는 완전히 역전됐다.
한국의 일본산 제품 수입 때 결제 통화 중 엔화의 비중은 작년 2분기만 해도 53.1%에 달했지만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약세가 시작된 4분기에는 47.4%로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에는 43.9%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달러화는 작년 2분기 43.8%에서 올해 1분기 52.3%로 높아지면서 결제 통화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 제품을 수출할 때의 결제 통화도 작년 2분기 52.5%에서 4분기 50.3%로 상대적으로 소폭 줄어든 뒤 올해 1분기 41.6%로 급락했다.
역시 달러화가 작년 2분기 44.4%에서 올해 1분기에는 54.9%로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엔화 결제 비중이 높았던 양국간 무역에서 엔화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현상 때문에 달러화에 1위 자리를 내 준 셈이 됐다.
장상식 무역협회 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가 약세인 만큼 기업들이 대금은 가급적 달러화로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금을 받는 업체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 결제를 요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원ㆍ엔 환율 상승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계약한 업체들은 앉아서 손실을 떠안거나 거래를 끊는 사례도 발생한다.
경남 김해의 중장비 기계 부품 업체인 S사는 일본 대기업을 거래선으로 새로 뚫어 부품을 납품하기로 했으나 급격한 엔저로 환차손이 커지자 거래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S사 관계자는 “계약 맺은 대로 엔화로 수출 대금을 받으면 환차손 때문에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라며 “현재 요구하는 가격 조정이 안 되면 거래를 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업체는 부품 단가를 약 20만엔으로 계약했으나 작년 10월에는 원화로 환산하면 280만원인 대금인 최근에는 22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남는 게 아니라 밑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원ㆍ엔 환율은 작년 10월 평균 100엔당 1,400.86원에서, 11월 1,344.04원, 12월 1,288.05원, 올해 1월 1,196.82원, 2월 1,166.43원, 3월 1,161.10원으로 떨어져 이 기간에 원화는 엔화에 대해 5개월 만에 20%가량 절상됐다. 엔저는 계속 진행 중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