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 500대기업 설문]저금리 정책 지속 기업 자금숨통 터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는 국내 기업들이 올해 경기 상황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불투명한 경기 상황 속에서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할 방법은 금융부분의 파이프라인을 열어주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우쳐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저금리 정책 영속성 필요= 기업들은 2002년 정부의 기업금융 정책중 가장 효과가 컸던 것으로 금리정책, 구체적으론 `저금리체제의 정착`(28%)을 들었다. 지난 99년을 고비로 돌아선 저금리 기운이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자리했음을 기업들도 인식한 셈이다. 기업들은 올해도 정부가 금리하향 안정화와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우선정책으로 삼아주기를 원했다. 반면 지난해 정부의 증시안정 대책에 대해선 낮은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의 30%가 가장 효과가 작았던 정책으로 증시대책을 꼽았다. ▲부동산시장 ▲가계대출 ▲신용카드 정책들도 낙제점을 받았다. ◇최우선 정책은 경기회복=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전쟁은 국내 대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불안정 요소임이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기업들은 ▲금리안정화 ▲경기회복 기대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을 올해 기업금융여건의 3대 호전 요인으로 꼽으면서 동시에 ▲경기악화 ▲가계 대출 불안 ▲국제금융시장 불안정 등을 3대 불안요인으로 들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회복을 막연하게 기대하지만 현실로 다가온 국내외 불안정 변수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한 셈이다. 올해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기업금융부분 최우선 정책으로 ▲경기 진작 ▲금리 하향안정화 ▲증시안정 ▲충분한 유동성 공급 등을 들은 것도 같은 줄기다. 재벌 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기업들의 돈줄을 조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밖에 ▲증시안정 ▲회사채 시장 지원 ▲부채비율 규제철폐 ▲금융구조조정 완료 ▲해외자금조달 지원 ▲가계 대출 안정 ▲금융기관 기업대출 독려 ▲부실기업 정리 등을 새 정부 초기에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기업은 이익 극대화에 역점= 경기 불투명에 대비해 기업들 또한 여느해보다 위기관리에 대한 의식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종전에 비해 행위방식이 변한게 특징이다. 환란 이후 기업들의 재무관리는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차입금 조기상환 등이 핵심이었다. 이번 설문에선 매출이익 극대화(21%)가 재무관리의 첫번째 방법으로 제시됐다. 선택과 집중의 경영전략을 통해 이익이 나는 부분에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이익 구조가 안정궤도에 들어선 만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바탕위에서 이익이 나는 부분의 매출을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까= 재계 관계자는 이날 설문 조사결과와 관련해 “단순히 기업들이 통례적으로 요구했던 기업금융 확대의 측면으로 보면 안된다”며 “새 정부에 기업들이 원하는 금융정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원하는 경기진작을 통한 기업금융 확대가 정부의 정책기조와 얼마나 조화를 이룰 지 여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0일 경제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인위적 경기부양보다 안정운용을 강조했다. 소비진작 대신 안정적인 재정ㆍ통화 정책에 주안점을 두라는 것이다. 지속적인 재벌개혁을 주창하며 불투명한 자금흐름을 차단하려는 새 정부와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의 불안정을 이유로 적극적 자금 공급을 원하는 재계가 어느 지점에서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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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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