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파이낸스 사건 유감

문제의 핵심은 상법상의 주식회사인 파이낸스사들이 금융기관의 간판을 내걸고 고율배당을 미끼로 돈을 끌어모아 유용했다는 데 있다.그러나 파이낸스사가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라는 명목으로 자금을 유치하고 회사 명의로 투자를 했다면 부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법처리하기가 곤란해진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파이낸스사를 집중 단속했다가 소송이 걸려 몇차례나 패소한 사례가 있다. 사회학자들은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을 「계약사회」라고 하는 반면 유교문화권인 동양을 「인정사회」라고 정의한다. 연전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보험전문가가 사석에서 『한국처럼 자연발생적인 사회보험이 잘돼 있는 나라는 없다』고 평가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결혼축의금이나 조의금, 그리고 지인간의 계(契)가 성행하는 것을 보고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서양보다 우리 사회에서 훨씬 더 많은 보험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왜냐하면 서구사회에서는 보험가입이 「철저한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보험료 ○○원을 ○○년간 매월 불입하면 초회 납입일로부터 여차여차한 사고가 발생하면 ○○원을 지급한다」는 식으로 그 내용이 명확해 분쟁의 소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 반면 축의금이나 부조금을 낼 때는 「내가 ○○원을 냈으니까 나도 같은 경우를 당하면 ○○원을 받아내겠다」고 약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막연하게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식이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관행 때문에 우리는 중요한 법률행위를 할 때에도 신중히 검토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지 있다. 동양과 서양간의 이같은 법률인식의 차이와 습성이 이번 파이낸스 사건을 유발한 근본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장에서 몇만원짜리 옷을 살 때에는 요모조모 꼼꼼히 따지는 사람들도 수천 만원짜리 보험이나 예금 또는 투자를 할 때에는 간판만 번듯하면 약관 한번 읽어보지 않고 덜커덕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린다. 이번 파인낸스사에 돈을 맡길 때도 약관을 세밀히 읽어보고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물었어야 했다. 예금인지 출자인지 구분도 하지 않은 채, 또 파이낸스사의 법률적 성격이나 신용도를 알아보지도 않고 큰돈을 맡겼기 때문에 일반 가입자들이 손실을 자초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다. 인정사회에서 계약사회로 넘어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수업료를 물어야 하는가보다. 현대투신증권 회장 安恭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