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부채비율 위험수위 기업조차 "바젤2가 도대체 뭡니까"

중소기업들, 당장 영향 없어 인식도 낮아<br>CEO 개인 신용도까지 반영…대출금전액 상환통보 받기도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바젤2’협약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중앙회는 바젤2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했으나 참석자는 70여명에 그쳤다.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당장 대출 등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되는데 막상 중소기업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바젤2가 도대체 뭐야”=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은 바젤2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인식이 낮다. 은행 차입금이 거의 없는 우량업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부채비율이 위험수위에 있는 업체마저도 바젤2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황. 공작기계를 제조하는 L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비상장 업체라 증시를 통한 자금 수혈이 막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바젤협약의 파급 효과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로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내부에서 바젤2와 관련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최근 태양전지 사업에 진출하면서 금융권에서 단기차입을 많이 했다는 반도체 장비 분야 S사 관계자는 “요즘 은행권에서 자금을 빌리면 예전보다 실적 등에 대해 더 깐깐하게 따져 묻는다”며 “앞으로도 신규 사업 추진과 관련해 자금 수요가 적지않을 것으로 보여 바젤2에 대한 회사 차원의 스터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는 신용이다’=시화공단 소재 중소 전자업체를 운영하는 김 사장은 최근 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대출 담당자가 바뀌면서 신용등급 재평가를 요구, 별 생각 없이 응했다가 신용도가 하락했다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 문제는 김 사장의 개인 신용도였다. CEO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경영자의 신용은 곧 기업의 신용이라는 평가 방침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적은 금액이지만 김 사장의 금융기관 연체 기록이 회사 신용평가에 반영되면서 낭패를 본 것이다. 김 사장은 “대출 담당자에게 그 동안의 거래관계를 감안해 연장해달라고 통사정했다”며 “결국 대출금 축소와 대출금리 2% 인상 조건으로 1년 연장했지만 내년 초 대출금을 전부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은 곡식을 저장하듯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며 “단순히 자금력이나 회사 규모만으로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바젤2 시행에 대비해 중소기업이 신용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된다고 강조한다. 신용등급이 나쁠 경우 은행이 아예 대출을 회수하는 등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조선기자재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중소기업치고는 신용한도가 높은 편이다.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바젤2 도입 움직임이 있었던 2년 전부터 일찌감치 신용관리를 엄격히 해왔던 덕택이다. 이 사장은 회계법인 직원을 스카우트하면서까지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렸다. 또 정기적인 회계감사로 기업 신인도를 높이고 회사 대출금은 물론 공과금도 절대 연체하지 않았다. 경영자인 자신의 신용관리에도 전력을 쏟았다. 특히 기업신용평가 전문업체에 정기적으로 신용평가를 받고 자문을 구하며 신용등급 높이기에 ‘올인’했다. 이 사장은 “바젤2가 도입되면 기업의 신용도가 단순히 매출규모나 담보 등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몇년 동안 쌓아온 재무제표, CEO의 능력, 산업재산권 등 비재무 평가가 중요해지는 만큼 신용관리가 결국 기업의 자금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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