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4월 02일] FRB 금융개혁안의 명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세계금융시장 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국 금융감독체계의 대수술이 시작됐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내놓은 개편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 대상을 예금은행인 상업은행뿐만 아니라 투자은행ㆍ증권사ㆍ헤지펀드ㆍ보험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기존 감독기관을 통합하는 게 골자다. FRB의 전통적인 역할인 시중은행 감독과 유동성 지원에 머물지 않고 시장안정을 위한 감독기능까지 부여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슈퍼 FRB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FRB는 앞으로 베어스턴스처럼 부도 위기에 몰린 투자은행들에까지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재할인 창구를 개방하되 이들 은행의 자금흐름과 투명성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현장검사 등의 수단을 동원해 부실의 여지를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전되는 동안 FRB가 거래금액이나 부실 정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점에 비춰본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개혁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개혁안이 지난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근본적인 수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대만큼이나 비판도 많은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우려는 FRB가 금융시장 위기에 유동성 공급을 책임지는 최종 대부자 기능까지 수행할 경우 도리어 금융기관들이 투자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투자하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구조적인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 시스템이 위기에 빠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FRB의 조사와 총괄감독 권한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아직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다. 월가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우선 투자은행들은 불필요한 규제로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한다.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보험업계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이중규제를 받을 수 있어 불확실성이 더 증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동안 방만했던 미국 금융산업의 행태에 비춰볼 때 이 정도의 금융개혁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도리어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피하고 정보공개에 그친 것을 두고 부족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인준까지 험난한 길이 남아 있는 미국 금융개혁안이 세계신용시장의 불길을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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