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고객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고객을 어떻게 모시느냐는 것이다.대한상의가 지난 11일 주최한 「선진경영과 기업문화」세미나에서 성균관대학교 유필화(劉必和)교수는 철저한 고객지향정신의 실천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싱가포르항공, 모스바가, 클럽메드 등 외국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劉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들 기업들이 서비스위주의 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국내 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싱가포르항공(SIA)
1972년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항공이 말레이시아(MAS)과 싱가포르항공(SIA)으로 분리되면서 탄생한 SIA는 오늘날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일류 기업이다.
SIA는 영업을 시작한 첫해부터 이익을 냈으며 세계 항공업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매년 900만명이상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SIA의 이같은 성공은 이 회사가 품질과 써비스에 쏟는 그야말로 지극한 정성때문이다.
분사 초기 SIA의 경영진은 서비스를 중시하는 싱가포르 전통에서 다른 업체를 앞서는 경쟁력을 찾아냈다. 승객에 대한 따뜻한 환대와 감동을 주는 서비스로 승부를 걸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받지않기 위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일부러 가입하지않았다.
그 다음에는 다른 항공사에서 볼 수 없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우선 승무원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배치했다. 이와함께 세계 최초로 고객이 완전히 몸을 누울 수 있는 좌석을 비행기 내에 설치하는 한편 이코노미석 손님도 식사 메뉴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했다.
SIA는 또 다른 업체에 비해 훌륭한 상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싱가포르 아가씨(SINGAPORE GIRL)」라는 똑같은 주제의 광고를 무려 20년이상 해왔는데 이 광고는 광고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싱가포르항공의 광고를 기억했는데 반해 다른 40개 항공사에 대한 평균기억율은 9.6%에 지나지않았다.
SIA는 광고의 성공을 서비스로 연결시키고 있다. 예쁜 여성들을 스튜어디어스로 뽑아 임금을 후하게주고 상냥한 모습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서비스에 있어 타 업체와의 경쟁을 고려, 서비스 내용을 1주일마다 바꾸는 것도 SIA의 특징 중의 하나다. 이같은 메뉴는 SIA가 실시하는 고객설문조사를 통해 고객성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다양하게 개발된다.
이를테면 승객들은 비디오시스템을 통해 비디오게임을 비롯한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쇼핑및 전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단골고객의 취향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시켜놓은 다음 고객에게 기대이상의 서비스를 하는 것도 새로운 메뉴 중의 하나다.
클럽메드
1950년 벨기에의 올림픽 수구선수 출신의 제라드 블리츠(GERARD BLITZ)가 주도해 프랑스에 설립한 클럽메드(CLUB MED)는 현재 세계 30여개국에 1백여개 휴양촌(HOLIDAY VILLAGE)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휴양촌회사이자 호텔체인이다.
클럽메드의 상품은 매우 독특하다. 즉 고객이 항공료와 숙박비를 포함한 일정액을 내면 그는 휴양촌에 있는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주관하는 각종 스포츠교실, 오락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클럽메드를 한 번 찾은 사람들이 이 회사를 다시 찾는 비율이 무려 70%가 넘는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클럽메드의 휴양시설은 호텔처럼 호화롭지도않고 등급제도도 없다. 그렇지만 아주 편안하다.
클럽메드의 휴양촌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고 존중된다. 또한 팁이나 복장 등 일체의 격식에 얽매이지않는다.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가운데 서로에게 배운다』는 경영철학의 일환임은 말할 것도 없다.
클럽메드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GO(GENTIL ORGANISATEUR)라고 불리는 잘 훈련되고 유능하면서도 매우 친절한 종업원들이다. 이들은 최소한 두 나라 말에 능통하고 성격이 활달하며 붙임성이 있다.
이들은 GM(GENTIL MEMBRE)이라고 불리는 고객들이 클럽메드의 독특하면서도 하기애애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이다.
클럽메드는 시대 변화에 계속해서 적응하고 고객의 진정한 욕구를 반영하는 신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는 혁신적인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70년대말에 이미 휴양촌에서 정보기술 교실을 개설한 바 있다. 그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보교실을 찾은 기업체 간부들은 이 교실을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컴퓨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사진 태국 푸켓에 있는 휴양촌 클럽메드.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독특한 서비스전략으로 세계 제일의 휴양촌 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다.
모스바가 일본 제 2의 햄버거체인인 모스바가(MOS FOOD SERVICES)는 시장점유율 1위인 맥도날드와는 아주 대조적으로 인간적인 서비스전략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맥도날드는 고객에 대한 응대, 청소하는 법, 메뉴, 점포설계, 조리, 유니폼 등 점포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표준화·단순화·획일화하여 QSCV(QUALITY, SERVICE, CLEANLINESS, VALUE)를 실현한다. 반면 모스바가에서는 종업원들이
고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때로는 그들이 손님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며 고객이 주문을 하면 그 때부처 햄버거를 굽기 시작하고, 또한 고객이 보는데서 조리를 한다.
제품 역시 일본간장 등 일본에서 나는 고유한 재료를 써서 일본 맛이 나게 한다. 그 전형적인 것이 데리야바가다. 그러나 가격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약간 비싸다.
도쿄 번화가에서 모스바가식으로 햄버거집을 운영하기란 수지타산면에서 매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모스바가는 점포을 도심 한복판보다는 변두리 골목길로 파고 들어간다. 맥도날드와는 달리 직원 3명만 있으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규모로 어디든지 점포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스바가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엄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모스바가점을 내기는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 일본인들의 투철한 서비스가 선보이는 것이다.
모스바가의 어느 우수 점포는 주인부부가 하루 4-5시간밖에 안 자면서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4-5평밖에 안되는 좁은 점포에서 이들은 매일 열심히 일하면서 고객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그것을 적당한 때에 활용하는 등 인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스바가는 현재 동남아지역에 많은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핵심 품목은 역시 일본 맛나는 데리야끼바가인데 현지인들의 인기를 끌면서 대만에서는 100개, 싱가포르에는 20개의 체인점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맥도날드를 상대로 승부를 거는 햄버거업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스바가가 토종상품을 내세워 판매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서비스를 내세운 독특한 판촉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