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월 14일] 진검승부

'위기를 기회로.'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썼던 말 중의 하나다. 솔직히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그저 하기 좋은 말로 여겼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비상한 각오를 다지는 구호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오해였다. 국내 간판기업들이 놀라운 실적을 일궈내며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의 최대화두는 생존이었다. 국내외 기업 가릴 것 없었다. 그 와중에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넘어 눈부신 약진으로 글로벌 승자가 됐다. 그동안 시장을 주름잡았던 해외 초일류기업들이 간판을 내리거나 큰 폭의 적자를 내며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전열정비 전통강호 반격 거셀것 기업의 실적은 국가 경제의 척도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뛰어난 경쟁력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 나라 경제도 좋아진다.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기회복 속도가 가장 빨라 위기극복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데는 기업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따라서 실적호조가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마냥 장담만 할 수는 없다. 경영여건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실적호조의 원동력이었던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세도 부담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원화가치가 급등(환율하락)하고 유가도 가파른 상승세다.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에서 보듯 점점 가시화되는 각국의 출구전략도 걸림돌이다. 유동성 흡수를 위한 긴축기조 전환은 글로벌 수요위축으로 이어져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는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간 악전고투하던 전통의 강호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점점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점이다. 자동차의 경우 도요타ㆍ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오랜 적자행진을 끝내고 흑자로 돌아섰다. 이런 반전은 엔화 초강세라는 악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일본 업체들의 저력을 새삼 실감하게 해준다. 군살을 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도 판매량이 되살아나고 있다. 강경투쟁을 일삼던 GM노조는 자세를 바꿔 생산성 향상에 구슬땀을 흘리고 경영진은 5년 만의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등은 일본 스즈키ㆍ미쓰비시와의 지분인수를 통한 합종연횡으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전기전자도 마찬가지다. 디지털가전은 소니ㆍ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이 적자를 벗어나거나 흑자 폭을 키우며 삼성전자와 LG전자 타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도체는 대만과 일본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면서 또 한차례의 '치킨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휴대폰은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으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시장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선진국 강자들이 전열 재정비를 끝내고 권토중래를 벼르고 있는 한편 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에서 중국의 추격세가 맹렬하다. 지금보다 훨씬 버거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조환익 KOTRA 사장의 '중원축록(中原逐鹿ㆍ군웅의 패권각축)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진단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인 셈이며 여기서 이겨야 진정한 글로벌 강자가 된다. 전천후 경쟁력 확보로 승자돼야 국내 기업들은 매출목표 및 투자 확대, 신시장 개척 노력강화 등 공격경영으로 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노사가 혼연일체가 돼 뛰어야 한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신년사에서 '전천후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고 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까딱하면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신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게 승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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