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스와프·현물환시장 적극 개입 "금융시스템 위기까진 안갈것"

"국책銀 달러자금 일시 회수 가능성 거의없어"<br>"위기설은 시장 취약성 반영"…비상대책 준비


정부는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경색에 대해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돈줄이 마른 것은 사실이지만 국책은행들이 시중은행에 빌려준 단기 달러자금을 일시에 회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금융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시중은행에 보유 외환을 직접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선물환 시장에도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환보유액 확충을 위해 내년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한도를 올해보다 50% 늘리는 한편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준비하기로 했다. ◇“위기설은 금융시장 취약성 반영”=정부는 국책은행의 차입금 상환 압박 가능성으로 촉발된 10월 위기설에 대해 9월 위기설과 마찬가지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외국인이 만기 채권을 한꺼번에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로 금융시장이 출렁였었다. 정부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없는데도 위기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데 대해 그만큼 금융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11월 말부터는 12월 위기설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12월 결산인 미국 금융기관들이 연말 결산과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앞두고 자금을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3월에는 미국 금융기관의 분기 결산과 3월이 회계연도인 일본 금융기관의 연말 결산이 맞물려 신용경색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 “외화 유동성 충분히 공급하겠다”=이처럼 국내외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달러 유동성 부족이 수출 금융으로 번질 경우다. 지금도 달러가 부족한 시중은행들이 수출신용장 등을 깐깐하게 관리하면서 수출에 차질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환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투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30일 “스와프 시장에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한 10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 공급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부족하면 추가 공급도 계획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현물환 시장에도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실탄 마련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서 외평채 발행 한도를 올해보다 5조원 늘어난 15조원으로 책정했다. 아울러 외환 유동성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감안한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 대책에는 최악의 경우 외국인의 송금을 금지하는 ‘금융 세이프가드’ 발동도 담겨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 세이프가드는 외환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조항으로 실제 발동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단계별로 대응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은행권에 달러 대출도 검토=정부는 달러 부족이 심화될 경우 외환보유액을 통해 금융기관에 달러를 직접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스와프 시장을 통한 간접 지원보다 정부가 은행에 직접 대출해줄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며 “신용경색이 더 악화될 경우 지원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이 카드를 쓸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 은행별로 다른 대출금리 산정, 대출 관련 담보 설정 등 현실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은행권에 직접 외화 대출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97년 이전 외환보유액으로 개별 금융기관의 외환 유동성을 직접 지원해줬다가 빌려준 달러를 적기에 회수하지 못해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재정부가 은행권에 달러를 지원한다면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550억달러에 달하는 외평기금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며 “나머지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에서 은행권에 대한 직접 대출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정부가 외평기금 집행을 지시한다면 한은이 창구로서 은행에 외화지급 대행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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