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경제위기 대응 급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탄핵정국이 종식되었음에도 기업인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못하다. 대통령이 발표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 거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지난 몇 달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경제를 살리는 희망찬 내용이 담기기를 기업인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경기회복보다는 집권 초기에 주장하던 개혁지속에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재계나 언론의 경제 위기론을 ‘할리우드 액션’으로 경고했다. 불손한 의도를 가진 과잉반응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경기 현황에 대한 인식이라도 같이하기를 바라던 기업인들은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다. 선진국 도약-정체 갈림길
작금의 경제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유가는 연일 상승해 선물시장에서 41달러를 넘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수출경기를 이끌고 있는 중국시장은 경기과열로 경기의 경착륙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주식시장은 20여일 만에 936포인트에서 720포인트 아래로 무려 20% 넘게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위기를 말하는 기업인에게 엄살을 떠는 것이라 할 것인지 궁금하다. 위기에 대한 경고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정책당국자에게 있다. 지금은 경제성장률 지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경제성장의 내용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 지표만으로 보면 5%대 성장 전망은 괜찮아 보인다. 기업 투자와 소비는 바닥을 헤매는 가운데 수출만이 겨우 경제성장률을 받치고 있어 외발로 달리기를 하는 형상이다. 수출중심의 일부 대기업, 중공업 업체들은 호경기를 맞는 반면 내수중심의 중소기업, 경공업 업체는 경기침체를 겪는 경기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산업공동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실업률은 높고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 뿐만 아니라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문제, 높은 가계부실 문제, 중소기업들의 부실화 문제 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적인 문제 외에도 체질적으로 높은 무역의존도, 수입유발형 수출구조, 에너지다소비형 경제구조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유는 최근의 대외환경 변화, 특히 유가상승이나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등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 경제를 장기 침체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2기를 출발하는 참여정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있다. 우리 경제는 선진경제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영원히 개도국 경제로 남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무려 8년여 동안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정체상태에 있다. 또한 중산층이 붕괴되고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사회계층간의 갈등은 더욱 커진 위기 상황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첫째, 성장을 통한 경기회복과 민생의 안정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일자리이다. 사실 ‘개혁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이건 ‘성장을 통한 개혁’이건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한국 경제가 가진 신용불량자 문제, 가계부채 문제, 청년실업 문제, 중소기업 부실 문제 등은 일시적인 부채탕감이나 보조금 지급 등의 임기응변식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만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경기회복ㆍ갈등치유 나설때
둘째,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사회 및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를 기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일이다. 개혁은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개혁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개혁의 방향은 경제적 목적 달성을 위한 실용주의적인 개혁이어야 한다. 즉, 개혁은 자유경쟁의 보장, 시장경제질서 구축, 법치주의 확립,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구축을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셋째, 분열된 국론을 모으고 갈등을 치유하는 일이다. 이번 탄핵정국을 통해 표출된 우리 사회의 갈등수준은 갈등과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잉 갈등은 사회적 갈등해소 비용을 높이고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뜨리며 사회통합력을 해친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지향하는 실천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공감하고 힘을 합할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제시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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