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MD 수렁’ 빠진 동맹국들

명분없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한 미국 주도의 동맹국들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한 정보는 거짓”이라는 `케이 보고서` 발표 이후 예외없이 정치권과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WMD 정보의 진위를 가릴 `이라크 정보오류 조사위원회` 설치를 지시한 데 이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3일 이라크 정보오류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블레어 총리 내각은 정부에 전쟁 면죄부를 줬던 `허튼 보고서` 이후 언론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이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쟁 전 이라크 WMD 조사에 관여했던 한 정보요원은 “이라크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보고서 초안이 만들어졌을 때 여러 사람이 이를 항의했다”고 폭로해 정부의 정보왜곡 의혹을 뒷받침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내각 사무처 장관을 지낸 버틀러 경(卿)이 이끄는 5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WMD 정보에 대한 정확성을 따진 뒤 7월 의회 휴가에 앞서 하원에 결과를 보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과 함께 전쟁을 강력히 지지했던 호주 스페인 정부도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스페인 야당인 사회당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정부가 해온 거짓말을 설명해야 한다”며 미국 영국과 같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은 존 하워드 총리에게 부시 대통령처럼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조사받을 것을 촉구했다. 양국 정부는 “유엔이나 미국 영국의 WMD 정보를 토대로 해 전쟁에 가담했던 것”이란 논리를 내세워 아직까지 공식조사를 거부하고 있으나 압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정부가 이라크 WMD에 대한 정보를 미국측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도마위에 올랐다. 야당인 메리츠당의 요시 사리드 의원은 “이라크에 WMD가 없다는 사실을 정보당국이 알고도 이를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집권 리쿠드당은 “WMD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국에 알렸다”고 해명했다. 조사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에 대한 논란도 많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주 의회연설에서 위원회 구성과 권한 등에 관한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내년 초까지로 발표를 미룰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조사위가 이라크 뿐 아니라 북한 이란 리비아의 무기개발 계획에 관한 정보까지 포괄적으로 조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라크 전쟁 명분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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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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