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상황1. 여남은 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놀이를 한다.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사이 나머지 아이들은 술래에게 접근한다. 술래가 뒤돌아봤을 때 움직이다 들키면 잡히게 된다. 술래는 아이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빠르게 또는 느리게 속도를 조절한다. 아이들은 술래의 눈치를 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상황2. 코스닥 기업 가운데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최대주주와의 금전거래가 빈번해지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올들어 161번의 최대주주 변경이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1~2개 기업의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바뀌는 셈이다. 주가는 요동을 치면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의 대부분은 결국 주가가 하락하고 다시 최대주주가 바뀌는 수순을 밟는다. 최대주주가 회삿돈을 맘대로 빼다 쓰면서 돈을 갖고도 부도가 나거나 급전을 구하러 다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장부상으로는 수백억원의 예금이 있지만 모두 담보로 묶여 있어 수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대주주가 빌려간 돈을 계속 연장하면서 갚지 않고 버티는 기업도 셀 수 없이 많다. #상황3. 코스닥시장이 비뚤어진 머니게임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코스닥 종목의 90%가 작전세력의 손을 거쳤다는 근거 없는 루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작전세력의 움직임을 좇는 투기꾼들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작전세력의 검거가 부쩍 늘면서 시장 투명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작전세력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회삿돈을 빼먹고 부도를 내도 조사를 받지 않는 대주주가 있는가 하면 어떤 작전세력은 회사를 인수한 지 한 달도 못돼 구속되기도 하면서 작전세력은 감독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바짝 엎드려 있다. 감독당국이 각종 게이트 등에 얽매여 코스닥을 돌아보지 않는 순간 그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코스닥시장의 신뢰가 추락한 지는 오래지만 희망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감독당국의 지속적인 입김이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 <우승호기자(증권부) derrida@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