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실사결과= 실사결과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계열사는 오리온전기등 4~5개사에 불과하다. 당초 예상대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우량 계열사로 판정됐던 회사들이다. 가장 먼저 실사결과가 발표된 대우전자부품은 자산이 부채를 724억원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오리온전기가 1,500억~2,000억원, 경남기업이 1,000억원 내외의 순자산가치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자동차 계열의 대우자판도 일단 자산이 부채를 넘어설 전망이다. 자판을 제외하고는 구조조정위원회가 지난달 워크아웃 조기졸업 대상으로 지목했던 곳들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도 앞으로 최종실사에선 매출채권의 회수여부와 산업합리화 여신 등 계열사간 고리에 따라 손실규모가 늘어날 경우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문제는 대우자동차 등 주력계열사. 금융시장도 주력계열사의 실사결과에 온통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채권단이 회계법인으로부터 실사결과를 넘겨받아 잠정적으로 판단한 결과 주력계열사 대부분의 부채초과 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계열사는 지나치게 높은 손실률에 당황한 채권단이 회계법인에 수정된 보고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는 현상마저 벌어졌다.
잠정 실사결과 ㈜대우의 손실률은 당초 예상대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는 영업상황 그대로 계열사간 고리가 워낙 깊어 실사결과를 내놓기도 쉽지 않다. 대우자동차·대우통신·대우전자 등의 손실률도 30%~40%에 이를 것으로 채권단 관계자는 예상했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장부상으로는 자산이 부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으나, 계열사대여금 등 미확정채권을 포함해 7조원에 이르는 회수의문자산을 감안할때 실제로는 부채초과 상태다. 산업은행은 일단 조선·기계부분만을 우선 채무조정한뒤 미확정채권은 잔존부문으로 넘겨 추후 별로 계리할 방침이다.
금융계열사인 대우캐피탈과 다이너스클럽코리아 등은 실사작업이 지체되고 있지만, 자산이 부채를 초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채권단 관계자의 설명.
◇채무조정안 어떻게 될까= 실사결과가 최종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회생을 위한 장치(채무재조정)가 어떻게 될지를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순자산가치에 따라 어느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한빛은행은 순자산가치가 플러스로 나온 대우전자부품의 경우 출자전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원리금을 다소 유예해주고, 이자를 기존의 워크아웃 방식대로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 수준으로 낮춰줄 예정이다. 경남기업과 오리온전기 등도 대폭의 채무조정은 없을 전망이다. 일부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소폭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중공업은 분리매각 방침대로 조선과 기계부분에 대해 별도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진다. 대우전자 등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큰 회사들은 출자전환과 함께 감자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다. 출자전환의 규모도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채권단 관계자들은 감자여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선뜻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능성, 앞으로도 문제= 대우의 실사결과가 설사 좋게 나온다 해도 시장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예측대로라면 당초 예상과 달리 1~2개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대우채권의 손실률이 그리 크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실사는 정부와 채권단도 인정하듯, 잠정치에 불과하다. 복잡한 계열사간 고리를 단칼에 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밀실사를 통해 회사별 내용을 파고들어가면 손실률은 더욱 커질게 틀림없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미래가치를 포함한 회사내용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사관계자들의 낙관적 발표에 시장이 믿지 못할 경우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열린 6개은행 공동협의체에서 일부 채권단 임원은 대우의 손실을 국민앞에 그대로 노출시켜, 공적자금이 필요한 곳은 조기에 수혈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이번 1차 워크아웃 플랜이 마련된 뒤 정밀실사를 거쳐 내년초 2차 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잔존하는 셈이다. 결국 이번 실사결과가 비록 낙관적으로 나온다해도, 곧바로 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