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드개각으로 민생고 달랠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경제ㆍ교육 부총리와 예산처장관, 청와대 정책실장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5ㆍ31 지방선거에 대한 민의를 반영하고 고교입시정책과 급식사고 등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지만 전ㆍ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제와 교육 부총리로 임명한 것은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김병준 전 정책실장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주 원인이었던 부동산정책을 입안했던 인물이다. 그 때문에 그의 임명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더구나 교육전문가도 아닌 사람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한 것은 올바른 교육정책을 염원하는 민의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비전문가였던 전임 교육부총리가 교육에 경제원리를 도입한다며 큰 소리치고 입각했다 결국 죽도 밥도 아닌 입시정책으로 교육현장을 흔들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그런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세금폭탄으로 국민적 불만을 자아냈던 사람을 교육수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경제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경제부처에서 잔뼈가 굵어 실무에도 밝고 성격도 원만해 부처간 조율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특히 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임 경제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의 틈바구니에 끼여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터여서 신임 경제부총리 역시 얼마나 소신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정국은 선거국면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당의 목소리는 커질 것이고 청와대와의 갈등도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끼여 재경부가 이 눈치 저 눈치 살피기에 급급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 대내외 경제환경은 금리와 환율, 수출과 내수,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가 꼬이면 정치도 어렵게 된다. 새 경제부총리는 정치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해 민생고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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