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이봐, 해 볼 필요나 있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우리 경제 진단에 대해 상당수 사람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이달 9일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삼성전자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4~6년 뒤에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 회장의 멘트는 경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삼성그룹의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 같은 대표 기업의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과거 이런 방식의 수사(修辭)를 자주 사용했다. 지난 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때도 그랬다. 이 회장은 당시 ‘신경영’을 내세우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했다. 그는 “국가로 보나 삼성으로 보나 보통의 위기가 아니다. 정신 안 차리면 구한말(舊韓末)과 같은 비참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양(量)보다는 질(質)을 중시하라”고 지시했다. ‘관리’의 삼성은 ‘기술’의 삼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반도체ㆍ휴대폰 등 여러 부문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이 회장은 이런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자 “남의 발목을 잡는 짓은 용서치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긍정적 사고로 새로운 영역 개척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면 ‘긍정적인 사고’가 필수다. 일본의 정보기술(IT) 업체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항상 똑똑한 사람보다는 긍정적인 사람을 내세웠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경우 철저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는 데 치중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해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비판’과 ‘부정’에 치중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도 긍정적 사고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이 새롭거나 어려운 일에 대해 난색을 표시할 때마다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로 면박을 줬다. 실제로 정 회장이 추진해서 되지 않는 일은 별로 없었다. 긍정적인 사고는 아무데서나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성공을 축하하기보다는 질시를 보내고, 도약을 향한 몸부림에 박수를 치기보다는 발목을 잡으려는 분위기 속에서는 긍정적인 사고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어느 누구라도 보다 잘 살아보겠다는 열망을 갖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분위기라야 그 사회는 역동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열망을 키워줘야 어쩌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긍정적인 사고와 야성의 상실이다. 과감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보다는 현재의 영역에 안주한다. 그래서 신규 투자보다는 인수합병(M&A)을 선호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계산하기 위해 밤샘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위험이 내포된 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러다 보니 입으로는 ‘블루 오션(Blue Ocean)’을 외쳐도 몸은 항상 ‘레드 오션(Red Ocean)’을 벗어나지 못한다. 긍정적인 사고와 야성은 자유를 먹고 자란다. 보다 잘 살아보려는 열망을 꺾는 틀이나 환경을 정비하지 않는 한 활기찬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은 참 답답하다. 대통령에 이어 경제부총리마저 “비싼 곳의 집을 팔아 싼 곳으로 이사하면 양도세를 내고도 돈이 남는다”며 재(財)테크론을 강의한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가장 열악한 주거 여건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정부의 역할은 강남 같은 곳이 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삶의 수준을 낮추라고 권유한다. 이런 분위기와 환경이 이어진다면 과연 정주영 회장 같은 뛰어난 기업인이 나올 수 있을 까. 아마 정 회장이 지금도 살아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봐, 해볼 필요나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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