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사들의 '오만' '부도덕'을 고백 합니다"

수련의 과정서 경험한 '선임 수석의 실수' 공개<br>제약회사서 편법 뇌물등 검은 유착관계 고발도<br>"진료정보 공개·의사단체 규범 강화등 자체정화 필요"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알마 펴냄) ■ 더러운 손의 의사들(제롬 캐시러 지음, 양문 펴냄) 얼마 전 종영한 TV 인기 드라마 ‘뉴하트’는 흉부외과 초보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 남혜석(김민정)이 흉부외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응급환자가 병원에 실려왔다. 남편의 부축을 받아 겨우 택시에서 내린 환자는 혜석의 옷에 구토를 해버린다. 불쾌한 나머지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접수부터 한 뒤 치료를 하겠다’고 원칙을 내세우는 혜석. 드라마에서는 인간적인 의사 최강국(조재현)의 영향으로 혜석도 휴머니즘을 배우지만 실제로 의사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발간된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은 의사인 저자가 수련의 과정에서 경험한 의사들의 무능과 오만함을 고백한 책이다. 저자는 독일 병원에서 근무했지만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참고가 된다. 한 중년여성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마취가 풀린 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야간 당직을 맡은 실습 4년차 여자 일반의가 수술을 집도한 선임 수석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불쾌한 고함소리였다. “나는 선임 수석의야. 선임 수석의에게 실수란 없어. 끊어.” 이런 일화들로 구성된 책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런가 하면 의사와 제약회사 간의 비윤리적 유착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도 나왔다. 미국의 의사 겸 의학잡지 편집장을 역임한 저자가 쓴 책 ‘더러운 손의 의사들’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자문보고서 한 편 쓰지 않고 자문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제약회사의 자문위원들이 넘쳐난다. ‘유령 자문위원’으로 통칭되는 이들은 제약회사로부터 편법적으로 뇌물을 받는 것이다. ‘유령저자’도 적지 않다. 제약회사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신약에 관한 논문을 써서 ‘학계 저명인사’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것. 논문을 아예 훑어 보지도 않은 의대 교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빌려준다. 이들은 손쉽게 논문 게재수를 늘리고 제약회사는 의약품 판매 증진 효과를 본다. 몇몇 비양심적 의사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넘기기에 제약회사의 영업관리는 너무나 치밀하고 광범위하다. 많은 의사들이 제약회사에서 제공하는 소소한 선물과 식사 대접을 받는다. 이들은 제약회사의 선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통계 수치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한 병원에서 사용약제 목록에 신약 추가를 요청한 의사들을 조사해보니 추가 요청을 하지 않은 의사보다 제약회사로부터 다양한 대접과 후원을 받은 횟수가 9~21배나 더 많았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들이 진료행위의 편향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학전문학회, 의사단체의 규범을 엄격하게 만들고 위반시 자격 박탈 등 자체 정화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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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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