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 붙은 카드전쟁 심상찮다

대기업도 수수료 인하 요구 가세<br>당국 발급규제등 압박 강도 높여<br>신규사 진출로 내부 경쟁도 격화


지난해 우리나라의 카드 사용액은 493조8,000억원. 올 상반기에 261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전체로 500조원을 넘어설 듯하다. 발급 건수도 이미 1억2,000만장을 넘어서면서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덕분에 카드사들은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직전보다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카드 산업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월가 시위가 상륙하자 카드사는 제1 타깃이 됐다. '솥뚜껑 시위'로 상징되는 요식업체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는 대기업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전방위로 규제의 칼을 들이대면서 카드사와의 질긴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확대 경쟁은 오히려 격해지고 있다. 현대ㆍ삼성이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면서 과열양상이 촉발되고 외부에서는 4~5개 금융사가 분사 등으로 신규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정부(소비자)와 카드사, 외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3각 카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신한 등 7개 카드사에 현대ㆍ기아차 구입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공문을 보냈다. 수수료율 문제가 불거진 후 대기업이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차 구매 때 카드결제를 중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면전 선포나 다름없다. 당국도 유동성 규제조치 이후 잠시 칼집에 넣어놓은 칼을 다시 꺼내 들었다. 수위는 더 높아졌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날 대학생에 대한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겨냥해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체크카드 서비스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차 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드 수수료 담합을 조사한 지 얼마 안 돼 기업의 재량권역인 영업행위에 대한 본격 규제에 나선 셈이다. 규제가 가해지고 있지만 과열경쟁은 그치지 않는다. 삼성ㆍ현대 등 7개 전업 카드사들은 법인세 카드 납부 등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문난 잔치'를 탐하기 위해 산업ㆍ우리은행, 농협은 물론 우체국까지 카드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산은은 이미 체크카드 사업확대에 들어갔다. 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과열경쟁과 규제가 혼재된 상황"이라며 "카드대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한 시장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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