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들은 명퇴·감원 바람에 떠는데… 한 직장서 40년 근무

◎서울 구의정수 사업소 공무원 김수천씨 화제/「최장 근무」부문 서울 기네스에 올라/“출세 못했지만 내삶에 자부”최근 명예퇴직에다 감원바람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도 직장인들의 한직장 근무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가운데 무려 40년 동안을 한 직장에서 줄기차게 근무한 직장인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구의정수사업소 지방공무원 8급인 김수천씨(59·서울 광진구 광장동 522)가 바로 한 우물파기의 주인공. 김씨는 최근 한 직장 최장기간 근무자로 뽑혀 「서울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 김씨의 이같은 한 우물파기는 자의든 타의든 정든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어 점차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는 세태속에서 더욱 돋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무능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다 보니 훌쩍 40년 세월이 흘렀고 큰 후회는 없습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시커먼 한강물을 시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정수해 공급한다는 자부심으로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김씨가 구의정수사업소에서 하는 일은 한강물을 끌어다가 염소 등 각종 약품을 넣어 정수한 뒤 각 가정으로 보내는 일. 싫증한번 안느끼고 40여년동안 똑같은 일을 해온 김씨가 서울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57년 4월이었다. 구의정수사업소에서 토목기사로 근무하던 선친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졸지에 생계를 책임지게 된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선친이 일하던 구의정수사업소에 자연스럽게 상용인부로 취직이 됐다. 물론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하는 상용인부라는 직책이 마음에 차지 않아 불만을 가진 적도 있었고 젊은 시절 한 때 다른 일을 해볼까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선친이 몸담았었던 직장이고 자신이 어려울 때 선뜻 일자리를 마련해준 선친 동료들의 호의와 배려를 배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눌러앉자고 마음을 다졌다. 조건이 조금 좋다고 쉽게 직장을 옮기는 것은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아니며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일 거라고도 생각했다. 어찌보면 우직하다고도 할 수 있는 김씨의 눈에는 무슨 욕심들이 그리 많은지 쉽게 직장을 옮기는 요즘 신세대 젊은이들의 직장생활 태도가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조급한데다 끈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보수가 적다고 쉽게 사표를 던지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몇년 씩 다니던 직장을 훌쩍 떠나는 등의 가벼운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출세는 못했지만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않고 성실하게 살았다면 그런대로 성공한 셈 아닙니까.』 2년 후면 정년퇴직이라는 김씨는 한 우물파기 덕분에 1억5천만원 정도의 퇴직금을 거머쥘 수 있어 노후 걱정은 없다며 소박하게 웃었다.<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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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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