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자차입 한도확대/신중·적극

우리나라 외환·자본시장의 전반적인 개방 추세속에 민간기업에 대한 해외차입한도 확대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의 기업활력 제고 방침에 편승, 재계에서는 기업이 낮은 금리의 해외자금을 현재보다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국제경쟁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경원을 비롯한 정부당국에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따른 금융개방 스케줄의 이행으로 가뜩이나 외화유입에 따른 통화압력이 만만치않은 상황이어서 민간기업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전경련 김태일 이사와 재경원 윤종원서기관의 기고를 통해 양측 주장을 정리한다.<편집자주>◎윤종원 재경원 서기관/신중/급격 추진땐 물가불안 등 부작용/원절상으로 수출감소·성장둔화 불보듯/내외 금리차 커 자본 급격유입 통화부담 저리 해외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고 또 경제의 개방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자유화는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므로 미시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구성원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자본자유화가 급격히 추진될 경우 국내경제는 후생이나 효율성 증대효과보다 물가불안과 성장둔화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본유입의 충격을 통화·환율·재정 등 거시정책을 통해 분담하여 흡수하겠지만 그것도 자본유입이 지나치게 크지않을 경우의 이야기다. 그동안 정부가 자본자유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온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자본자유화이후 자본이 잘 나가지는 않고 주로 들어오기만 하는 것은 국내금리가 해외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자본유입은 국내금리와 해외금리를 동조화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하는데 이때 동조화되는 것에는 금리뿐만 아니라 실물투자의 수익률도 포함된다. 다시말해 자본유입이 물가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본유입충격의 일부를 환율절상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출부진과 성장둔화를 겪게 되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선진국과 점차 비슷하여지는 것이다. 생각같아서는 금리만 선진국수준과 같아지고 성장은 천천히 둔화되었으면 좋겠지만 자본자유화를 추진해온 다른 나라의 경험이나 경제이론을 통해 볼때 그러한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업의 해외차입을 확대하는 문제도 거시경제적 영향을 감안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자유화 여부는 전반적인 개방일정의 맥락속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방일정의 기본줄기는 다음과 같이 가닥잡을 수 있다. 첫번째 줄기는 자본자유화의 속도와 폭이 국내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범위내에서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본자유화가 거시경제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자본의 대량유입을 통해 물가불안, 성장의 급격한 둔화 등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본자유화의 순서에 있어서 실물경제활동과 관련된 부분이 우선적으로 자유화되어야 바람직하다. 유입한 자본이 성장잠재력을 늘리는데 사용되기보다 소비나 투기자금화하면 몇날 몇달을 잘 먹고 살수 있겠지만 그 다음은 돌이킬 수 없는 벼랑이다. 이 때문에 무역신용이나 투자용도의 자본유입 등 기업의 실물경제활동과 관련된 자본거래가 우선적으로 자유화되고 있다. 세번째는 거시경제적 부작용이 적은 부분부터 자유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현금차관적 성격의 자본유입은 통화나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반면 자본유입이 시설재수입과 연계될 경우에는 경상수지가 다소 악화될 수 있으나 성장이나 물가에 주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마지막으로 해외자금 접근기회에 있어서의 불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경제논리상 당연하지만 중소기업 등 여타부문의 어려움이 커지게 된다.이에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의 해외자금 접근기회를 우선적으로 열어주고 있다. 기업의 해외차입을 확대하는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그 속도와 폭이 결정되어야 한다. 내외금리차가 크게 유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업의 해외차입을 전면허용할 경우 해외차입이 가능한 개별기업은 저리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물가상승, 성장둔화, 경상수지적자와 외채증가등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해외차입을 자유화할지의 여부는 「개별기업의 금리부담 감소」와 「거시경제의 안정」간의 선택의 문제이다. 단기간내에 둘다 해결할 수 있는 마술은 없다. ◇약력 ▲60년 경남 밀양 ▲서울대 경제학과 (경박) ▲금융정책과 통화정책담당 ◎김태일 전경련 이사/적극/금리부담 경감 경쟁력 제고 시급/국내 금융시장선 장기·대형투자 불가능/외자 규제는 기업 해외이전 가속화 초래 경제를 비롯한 사회전반의 자유화·개방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경제질서의 조류에 맞춰 각종 제도나 정책을 조정해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자본거래 제도, 특히 해외자본 유입에 대해서는 아직도 원칙적인 제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정부의 외환, 자본자유화 계획대로 라면 적어도 99년 이후에나 거의 완전한 형태의 자유화로 시행될 것이 예상된다. 물론 최근 해외자본의 유입부문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나 중소기업 전환사채 투자 허용, 사회간접자본(SOC)투자나 산업투자와 관련해 상업차관 도입을 허용하는 등 극히 제한적이나마 국내기업의 외자이용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사안별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의미의 자유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본유입에 관한한 자유화는 거의 안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쟁체제의 본격적인 확산과 급격한 세계경제질서 재편과정에서 우리경제가 생존하기 위한 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누차 지적하는 것이지만 고비용―저효율의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금융구조개선 및 고도화 추진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국내외의 금리차를 해소하고 금리의 하향 안정화를 통해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국내외 금리차 해소에는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외자도입규제의 획기적 완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투자행태를 보면 규모가 천억단위를 넘어 십조단위로 대형화되고 있으며 기간도 5년 이상 장기화되는 추세에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장기 거액의 자금 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외자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사업자체를 제한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으며 나아가서는 사업의 해외이전을 촉진시켜 장기적으로 산업공동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어렵사리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 장기·대형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내외금리차가 큰 상황에서는 자본 유입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금리의 하향안정화을 도모한다면 자본유입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자본유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자본유입 과다문제는 국내금리의 하향안정화 문제에서 출발해야 하며 자본유입 장벽을 존속시키는 정책은 바람직 하지 않은 것이다. 자본유입으로 인한 해외부문 통화증가에 대체하여 국내부문 통화를 감소시킬 경우 이는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을 감소시킴으로써 오히려 국내금리의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고 이는 다시 자본유입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총통화목표 증가율 달성에 초점을 둔 통화관리 방식의 문제이지 자본자유화의 부작용이라 할 수 없다. 개방화와 자유화시대에 통화량 관리중심의 통화신용정책이 지속되는 한 국내 금리격차의 해소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한편 자유화로 인한 자본유입은 원화절상을 초래해 수출감소·수입증대를 가져와 경상수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금리하향 안정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또한 자유화의 순서에서도 국내 통화관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투기적 성격의 주식 및 채권시장의 개방 보다는 생산적인 산업자금 조달수단인 해외증권, 사업차관 등을 보다 앞당겨 자유화해 투기적인 자금의 유입이 생산적인 해외자금조달을 구축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약력 ▲45년 충북 ▲고려대 경제학과 ▲전경련 사회협력·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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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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