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乙酉年 새해에 듣고 싶은 말 ...

나경원 <국회의원·한나라>

지난 2003년 벽두에 어느 여배우가 TV광고에 나와 “여러분, 부자되세요”라고 말한 것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당시 새해 덕담으로 유행할 만큼 광고 문구가 퍽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부자되는 비법(?)을 소개한 책들이 쏟아졌다. 전에 없었던 일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보통 사람들의 소망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공교롭게 그해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표방하며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다. 개중에는 부자되는 것과 참여정부 등장의 함수관계를 떠올리며 부자의 꿈을 꾸었던 사람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자는 아니더라도 ‘먹고사는 것’이 전보다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러고서 2년이 지났다.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혈관을 따라 잘 돌아가야 몸이 건강하듯이 시장에서는 재화가 선순환돼야 부자도 생기고 보통 사람들의 생활도 나아지는 법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참여정부의 지난 경제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가 일종의 동맥경화 증상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 수출이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기대한 것 이상이다. 상장기업들은 이 같은 수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민간 부문의 소비는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의 과실이 내수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소비는 소득의 함수라는 말이 있듯이 저소득층은 소득이 모자라 소비를 못하고 고소득층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소비를 꺼렸다. 10대 그룹의 내부 유보율이 600%에 달할 만큼 기업들은 잉여금을 회사 안에 쌓아놓고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경기침체의 전형적인 악순환 현상이다. 새해에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불안정한 대외여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우리의 경우 정부, 특히 대통령의 말이 미치는 파급력은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만큼 경제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 해외를 다녀온 뒤 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바뀌는 듯한 인상이다. 악순환을 끊는 단초로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닭의 해인 2005년이 밝았다. 새벽을 깨우는 수탉처럼 대통령의 입으로부터 “국민 여러분, 부자되십시오”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말을 듣고 싶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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