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슬람채권 경제논리로 풀어야

이슬람채권 도입에 대한 일부 기독교계의 반대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여당이 일부 기독교계의 반대 등을 고려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슬람채권 과세 특례법(수쿠크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는데도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정부에서 이슬람채권법 입법화를 추진하면 대통령 하야운동을 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오일머니 조달길을 트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이슬람채권 도입이 종교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대통령 하야' 운운하는 극단적 반정부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화도입 창구 다변화를 위해 이슬람채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자수수를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 율법에 맞추기 위해 부동산 매각임대 등에 투자한 후 배당금 형식으로 이익금을 받도록 한 것이 이슬람채권의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 취득ㆍ등록세, 부가세 등을 면제해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형평성을 맞추는 방식으로 오일달러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영국ㆍ프랑스가 이 같은 방법을 택했고 미국은 유권해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같은 수쿠크법 내용이 밝혀지자 일부 정치인과 기독교계가 면세는 특혜고 자금이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다른 나라도 시행하고 있는 면세가 특혜일 수 없고 수입의 일부를 자선 목적으로 기부해야 한다는 율법도 모든 금융자산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독 채권만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어디까지나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할 사안을 일부 종교권이 개입하고 나선 것이 문제인 것이다. '종교 백화점'으로 일컬어지는 다종교 국가인 한국에서 그동안 종교갈등이 거의 없었던 것은 정치와 종교가 명확히 분리됐기 때문이다. 이슬람채권 문제의 경우 이 같은 관행과 전통이 도전을 받게 됐다는 사실에 심각성이 있다. 정부 정책을 놓고 종교가 개입하면 성숙한 다종교 전통이 무너져 종교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도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이슬람채권 도입이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경우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외화도입 창구 다변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슬람채권 도입 문제는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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