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손정의를 닮지마라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열풍이 불고 있다. 소니를 능가하는 시가총액 800억달러규모의 소프트뱅크 제국의 황제. 세계 최초의 사이버 재벌로 불리는 孫씨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인 타임과 뉴스위크에 의해 올해의 아시아 인물로 꼽혔다. 혹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시대는 20세기로 끝나고 21세기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시대라고 말할 정도다.그는 일본인으로 귀화했지만 孫씨라는 성(姓)을 버리기 싫어 창성(創姓)함으로써 일본내 유일한 孫씨 일가를 이루고 있는 한국계 일본인이기도 하다. 손정의씨가 20일 서울에 왔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증시, 벤처업계에서도 손정의 신드롬이 일고 있다. 손씨가 눈독들이는 벤처기업을 찾아내느라 너나없이 혈안이다. 손정의씨가 찾아내는 기업은 성공이 보장될 것이고 따라서 손정의가 투자하는 기업에 편승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속셈들이다. 손정의씨는 벤처기업가들의 우상이 됐다. 올해 42세. 맨손의 버클리 대학생이 불과 20년만에 소프트뱅크 제국을 건설, 세계 4대갑부의 대열에 올라섰다. 앞으로 전세계 780개 인터넷기업에 투자해 22세기까지 살아남는 소프트제국을 구축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손정의씨는 벤처기업가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손씨는 벤처 캐피탈리스트다. 손씨가 처음 세운 소프트뱅크는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였다. 손씨가 두번째로 투자한 컴덱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쇼를 주최하는 회사다. 손씨는 소프트웨어산업, 인터넷사업의 유망성에 일찌감치 눈뜨고 이를 사업화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내는 통상적인 의미의 벤처기업가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다. 한때 주가가 5분의 1로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던 소프트뱅크를 되살린 것은 야후다. 일찌감치 성장가능성을 예견하고 손씨는 야후에 투자했고 야후저팬까지 설립했다. 소프트뱅크의 위기시점에 때맞춰 야후 주가가 폭등, 소프트뱅크를 살렸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야후와 야후저팬만으로 3조3,000억엔규모의 투자이익을 얻고 있다. 손씨의 이같은 성공은 남보다 한발 앞선 안목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손씨의 이같은 능력때문에 손씨가 점찍는 회사에는 다른 투자자들까지 벌떼처럼 몰려드는 「손정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2, 제3의 손정의를 꿈꾸는 벤처기업가들이 많은 것같다. 코스닥에 등록돼 어느 정도 자금을 마련한 벤처기업가들이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데 열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않다. 한국판 손정의가 많이 탄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제2, 제3의 손정의보다 손정의의 사냥감이 될만한 벤처기업가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벤처기업가들이 출발부터 벤처 캐피탈리스트를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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