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가 장중 1,000P 돌파' 직장인 스케치

"지금 사도 될까" 삼삼오오 얘기꽃<BR>추가상승여부 점치며 짬나면 주가 살펴<BR>증권사 직원들엔 친구 상담전화 잇달아<BR>신입 사원들 줄줄이 계좌개설 진풍경도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한때 1,000포인트를 돌파한 25일 증권사 객장 못지않게 서울시내 사무실도 달아올랐다. 업무 때문에 밖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직장인들의 눈앞에는 ‘주가 1,000포인트 시대’라는 글자가 어른거렸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직장인은 보유주식의 주가 그래프가 눈앞에 선했고 아직 계좌를 트지 못한 직장인들은 몰래 숨겨둔 비자금이 얼마나 있는지 헤아리면서 ‘지금 들어가도 되나’를 자문해보기도 했다. 지난 24일 증권계좌를 처음 개설한 회사원 황모(40)씨는 이날 하루 종일 PC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94년 이후 지수가 여러 차례 1,000포인트를 넘어섰을 때에도 주식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황씨는 주위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추가 상승 여부를 점쳤다. 점심시간과 잠시 쉬는 짬이 나면 회사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주식 얘기에 꽃을 피웠다. 이날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했으나 증시에 밀려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특별상여금을 두둑히 챙겼던 대기업 사원 곽모(35)씨는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지를 망설였는데 이참에 간접투자에 나서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1~2년차 새내기 사원들은 이날 때마침 월급날이 겹치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줄지어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나 종목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회사원도 눈에 띄었다. 입사 1년차인 김모(28)씨는 “주가가 계속 오른다는 전망이 많아 입사동기들과 함께 계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참사원들은 주가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간접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신참사원들은 99년과 2000년 벤처 대박의 전설을 좇아 투자에 직접 나서려는 분위기다. 유승창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자마자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전화해 적립식 펀드에 대해 물어보는 등 주식투자에 대한 문의가 잇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직장인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활황 이후 급속히 꺼진 벤처 신화의 아픔을 곱씹는 회사원도 많았다. 4년 전 주식에서 손을 뗐다는 은행원 박모(36)씨는 “환율ㆍ유가 등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요소가 아직 많은데다 주식투자에 실패한 경험을 안고 있는 직원도 있어 사무실에서 주식 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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