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WTO 흔들린다] 사무총장선출 갈등

「국제무역의 경찰」로 자리잡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사무총장 선출 문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이미 레나토 루지에로 초대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로 4년간의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사무총장 문제를 둘러싼 회원국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도력 공백에 따른 업무마비 상태로 그동안 쌓아온 「국제무역분쟁의 해결사」로서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오는 11월 미 시애틀에서 열릴 예정인 WTO 각료회의에서의 뉴 라운드 출범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공석으로 남아있는 총장 선출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후임 총장 선출문제를 놓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과 미국 등으로 패가 갈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즉 남·북간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어느 한 진영도 양보할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수파차이 파낫차닥 타이 부총리를, 미국과 유럽은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를 후임 총장으로 적극 지지하며 상대편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 설령 이들 진영간 극적 타협이 이뤄져 총장이 선출된다해도 총장 선출로 야기된 남·북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앞으로 무역협상 등 다른 현안에서도 마찰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 4일 알리 맥후모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수파차이 타이 부총리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면서 그를 사무총장 후보에서 배제한다고 발언, 아시아국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 회원국들은 즉각 성명을 발표, 『WTO 회원국에 대해 어떤 결정을 강요하려 한다면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 조직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일반이사회도 후임 선출은 커녕,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산회했다. 일부에서는 제3의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등 혼란의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이사회도 아시아권 국가들이 표결을 요구, 이사회가 휴회됐고 지난 1일 재차 합의를 시도했으나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었다. 또 3일에 재소집될 예정이었던 이사회는 합의 가능성이 희박하자 아예 회의 자체가 취소됐었다. WT0의 이같은 남·북간 갈등은 경제위기의 여파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다 오는 11월 21세기 국제무역의 틀을 마련할 시애틀 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를 중재할 총장 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진국과 중진국은 가능한 한 시장 개방을 줄이는 것이, 선진국들은 반대로 시장을 최대한 열게 하는 것이 현안인 만큼 어느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각진영의 판단이다. 총장 선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단순히 WTO 운영자 선출 차원을 넘어 지역간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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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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