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부끄러운 관치인사 자화상

초기 중소ㆍ벤처 기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코넥스(KONEX)시장이 1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장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산업생태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폭발력을 지닌 역사적 순간이었다.

행사에 초대된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진규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 김건섭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 등 귀빈들 역시 이 순간을 함께했다. 개장을 알리는 버튼을 함께 누르며 사이좋게 사진도 찍었다.


이 사진은 코스피ㆍ코스닥에 이어 제3의 자본시장을 만들어 대한민국 기업생태계의 100년 시금석을 놓은 증거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 속에는 거래소 이사장이 아닌 직무대행이 사진 한편을 장식할 수밖에 없었던 2013년 대한민국 금융계의 씁쓸한 현실도 그대로 담겨 후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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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만 해도 이날 행사에는 김봉수 전 거래소 이사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이 'MB맨'으로 분류되면서 여기저기서 퇴진 압박이 이어졌고 김 전 이사장은 결국 연말까지인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최근 사임했다. 이날 참석한 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임기가 남아 있는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거취에 대해 "국정철학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적합하지 않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장본인이다.

거래소는 김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하자 김진규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원래 경영지원본부장이 이사장 공백시 직무대행을 하기로 되어 있는 정관까지 바꿨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다시 한번 관치 논란이 이어졌다. 행시 23회로 재무부ㆍ재경부ㆍ통계청 등을 거친 관료 출신 본부장을 위한 정관변경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이날 코넥스시장 개장식에서는 이런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후임 이사장 인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 위원장이 "(김 직무대행이) 잘하고 있잖아요"라는 말만 남긴 채 행사장을 황급히 빠져나간 것. 듣기에 따라서는 '현 직무대행이 잘하고 있는 데 굳이 새로 뽑을 이유가 있겠느냐'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관치인사 논란의 핵심은 관료들의 '제 식구 챙기기' 정신이다. 그 본능은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속성이 있다. 후손들은 이날을 기록한 사진 속에 담겨 있는 과거의 기록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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