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故 하동철 25일까지 5주기 회고전<br>과거 경험·어릴적 추억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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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ght 9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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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질서 위에서 가능하다…. 예술이란 우주의 질서를 닮으려는 몸짓인가 보다. 색이란 본질로 통하는 가장 적합한 지름길이다."
고 하동철(1942~2006) 전 서울대 미대 교수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얘기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다. 하동철기념사업회와 전시기획사 아이안은 그의 5주기를 맞아 '빛/SUBLINE'전을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25일까지 연다.
작가는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첫 번째 한국관 대표작가였다. 당시 선보인 대작 설치작품 '라이트(Light) 84-P2'가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하늘빛 푸른색에서 붉은 보라로 서서히 변하는 색과 반복적인 수직수평선이 교차해 은은한 감성과 흐트러뜨릴 수 없는 위엄을 동시에 보여준다. 25년 전의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미도 탁월하다.
고인에게는 '빛의 화가'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그에게 '빛'은 언덕 너머에서 귀가하는 어머니에 대한 따사로운 햇살, 아버지의 상여를 따라가며 본 아침 태양의 기묘한 기억을 담고 있다. 그림에 처음 빛이 등장한 것은 1979년 미국 유학시절. 간직했던 추억의 향수와 이국 땅에서 새롭게 배운 추상표현주의가 충돌을 일으켰고 "남과 다른 작품을 못할 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했던 결연한 의지가 쏟아지는 빛 줄기로 화폭에 옮겨갔다.
이후 80년대에는 빛의 절대적인 보편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로ㆍ세로의 반복적인 반듯한 선은 자연의 절대성을 의미한다. 팽팽한 실에 먹물을 머금어 튕겨서 그린 평행선들은 곧은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이리저리 튄 작은 먹물 방울이 인위성을 배제한 또 다른 자연의 힘을 보여준다. 빨강과 파랑의 원색은 어릴 때 받아들인 순수한 기억, 노랑은 열병의 고통에 대한 경험을 담고 있고 후기로 갈수록 작품에 보라색, 갈색 등이 등장해 풍성함을 더한다.
결국 하동철에게 빛은 보편적인 숭고미, 색은 감성적인 작가의 경험들로서 작품을 구성한다. 부인 김하자 성신여대 철학과 교수는 "고인의 작품이 이지적 추상이라 불리지만 나는 그 안에서 애잔한 감성을 볼 수 있다"고 회고했다.
제1전시장에는 2000년 이후 대표작이 주로 선보이고 2전시장에는 1980~90년대 유작과 설치작품, 3전시장에는 70년대 작품 외에 판화와 드로잉을 선보여 작가의 예술적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다.(02)735-9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