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이 손에 잡혀가기를…/심대평 충남도지사(로터리)

경제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여러날이 지났다. 경제전문가나 연구기관·단체들로부터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한다는 해법들이 매스컴을 통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공감이 간다. 모범답안임에 틀림없다. 논리정연하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된 만큼 어쩐지 쉽게 풀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작 손에 잡히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범답안이 끊임없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수술할 부위가 너무 커서 종합적인 문제진단과 수술할 채비를 갖추다보니 그랬을까.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는 자금과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우리에게는 잠시도 머뭇거릴 시간조차 없다. 흐트러진 그물을 하나하나 풀어가듯이 이제부터라도 가닥을 바로 잡아가야만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문제와 해법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정립해보자. 앞뒤 좌우를 분명히 가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추스려야 한다. 문제의 범위와 방식이 워낙 광범위하고 복잡한 만큼 당연히 국가가 앞장서야 한다. 당리당략과 조삼모사의 자충수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일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사회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 또한 밖에서 바라보아도 선명해야 한다. 실천은 위에서부터 하고 공감은 밑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업과 금융기관도 달라져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식으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음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잘못된 제도와 숨겨진 오류를 과감히 벗어야 한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개선 그리고 해외시장개척만이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 못지 않게 이미지 제고가 중요한 대기업과 금융권에까지 불신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국민 스스로도 각성할 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천달러인 독일의 경우 과다하게 오른 품목은 주부들이 앞장서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값이 내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니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가. 그래서 4계절 물가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밤잠을 설치는 이때에 몰지각한 일부 계층들이 사재기로 화를 자초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여갈 대통령을 뽑았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새희망을 심어줄 영도자를 맞이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스스로가 변하지 않고서는 지난 날과 조금도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쇄신적인 리더십, 앞장서서 실천하는 정부,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과 금융권, 합리적인 경제행위와 건전한 생활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연말이 가기 전에 일이 손에 잡혀간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심대평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