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주당 세비삭감 법안이 공허한 까닭

민주통합당이 국회의원 세비를 30% 줄이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 공히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정치권 스스로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의원이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보상이 많다는 여론이 자자했던 게 국회의원 세비다.


민주당이 국회 기득권 포기의 일환으로 세비삭감 법안을 내놓았지만 그동안의 행태를 본다면 진정성이나 실천력 측면에서 미덥지 않다. 새누리당의 정치쇄신 제안에 민주당의 화답이 없었던 전력 탓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불체포특권 포기와 의원연금제도 개혁, 무개원 무임금을 골자로 한 정치쇄신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이 양측의 공통분모부터 찾자며 협의 채널을 구성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꿈적하지 않고 있다. 안 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형식과 내용에 관계없이 협의에 나서겠다고 한 게 민주당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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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각 정당이 개별 약진하는 것은 대선 표를 긁어 모으기 위한 이벤트 정치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세비삭감이 정치쇼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앞서 19대 국회 지각개원으로 새누리당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반납하자 그렇게 빈정댄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치권이 내건 정치개혁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선 이전에 공통적이고 가능한 것부터 입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선거가 끝나면 말짱 도루묵이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니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협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 우선이다. 안 위원장이 협의 채널부터 구성하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가진다고 본 연유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형세는 남이 하면 불륜이요,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희극의 정형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방이 제시하는 어떠한 정치개혁 방안도 득표를 위한 정략이라고 깎아 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법안 제출만으로 우리는 할 일 다했다며 상대편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메아리 없는 일방통행식이 아니라 서로 얼굴부터 맞댈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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