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헤지펀드는 역시 못말려

테러 위기상황 속에 주식ㆍ달러 대거 처분 미국의 9.11 대참사 이후 헤지펀드들이 대거 주식과 달러를 매각, 뉴욕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을 크게 흔들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뉴욕 증시에서 옵션 거래를 이용한 단기 투매를 주도, 지난주 개장 5일 동안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고, 달러 약세를 틈타 저리의 엔화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달러를 대량 매각함으로써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올들어 뉴욕 증시가 하락기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기존의 투자회사나 뮤추얼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헤지펀드로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펀드의 규모가 비대해 지고 있다. 투기성이 강한 이들 펀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보수적 투자기관과 달리 단기차익을 노리고 주식 투매, 외환 거래를 하기 때문에 국제시장 교란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주 뉴욕 증시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폭으로 폭락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들이 옵션 거래를 통해 대거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뉴욕 월가에서 관측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석유재벌인 바스 일가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헤지펀드를 통해 월트 디즈니의 주식 20억 달러를 시가보다 20% 이상 싼 가격으로 골드만 삭스에게 매각하는 바람에 디즈니 주식이 폭락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퀀텀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미국 경제계의 투매 자제 분위기에도 불구,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주식 매각이 비애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헤지펀드들은 지난 17일 뉴욕 증시가 다시 개장했을 때 10% 이상의 주가 폭락을 예상, 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들은 또 일본의 저리 자금을 빌려 이자율이 높은 미국 재무부채권(TB)를 사서 금리차익을 챙기는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달러화가 약세기조로 돌아서자 엔화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달러를 매각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캐리 트레이드를 풀어버리면서 9.11 참사이후 미국 통화는 1달러당 120엔에서 116엔대로 떨어졌고, 외환 딜리들은 헤지펀드의 달러 매각이 앞으로 몇주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리드레이드 규모는 지난 98년에 1,300억 달러로 가장 컸고, 최근 일본 금리가 떨어지면서 다시 팽창하는 추세에 있었다. 헤지펀드들의 캐리트레이드 해제가 가속화되면서 엔화 급등을 저지하기 위한 일본의 시장 개입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시카고 외환선물거래소의 시장불안지수가 지난 98년 가을 러시아 국가파산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올라갔다. 헤지펀드는 시장이 불안할 때 다양한 투자기법을 사용, 높은 수익을 냈기 때문에 올들어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올 상반기동안 140억 달러의 자금이 헤지펀드에 유입됐는데,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의 유입금의 두배에 해당한다. 전세계 헤지펀드는 6,000개로 늘어났고, 운영자금도 5,000억 달러로 불어나고 있다. 비대해진 헤지펀드가 적극적인 투기 활동을 감행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