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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4대 그룹이 자율결의를 통해 비(非)계열 중견ㆍ중소기업에 경쟁입찰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긴급ㆍ보안ㆍ효율성을 요하는 업무 외에 독립 중견ㆍ중소기업에 대기업 납품의 문호를 활짝 열어주기로 한 것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른 기회를 제공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중견ㆍ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인정받아 입찰을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대기업의 진정성 어린 실천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성급한 개입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들은 이번 일감 몰아주기 자제 방침에 원칙적으로는 수긍하면서도 자칫 기업 사정을 무시한 획일적인 규제로 흐를 경우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며 무리한 실적 챙기기로 일관한다면 자칫 능력이 부족한 중견ㆍ중소기업에 강제로 일감을 할당해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분기나 반기별로 점검을 해서 중소기업 입찰실적 등을 발표하고 기업들에 성과를 내라고 채근한다면 기업경영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방안에 대해 무엇이 긴급ㆍ보안ㆍ효율성 업무인지를 놓고 해석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점을 감안, 재계는 중소기업에 사업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최대한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인내를 갖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 자율에 맡겼으니 자율적으로 하도록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중견ㆍ중소기업이 경쟁입찰에서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중소기업이 부족하니까 입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도 진정성을 갖고 중견ㆍ중소기업의 납품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기업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고위관계자는 "취지는 괜찮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기업은 진정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30대 그룹은 올해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1조7,21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12%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또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성과공유제의 도입 및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이날 발표한 '30대 그룹의 협력사 지원 실적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올해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에도 협력사 경쟁력 강화와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 확산 등을 위해 올해 1조7,231억원을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판매ㆍ구매 지원이 6,309억원(36.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연구개발(R&D) 지원(24.3%), 보증ㆍ대출 지원(20.1%), 생산성 향상 지원(13.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기업(56개사)을 대상으로 한 긴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7.8%가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거나 도입ㆍ운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