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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 대상, 남영동 2013

'억압의 상징' 대공분실, 지역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남영동 2013'은 어두운 역사였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열사 추모관과 추모공원으로 조성해 지역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지역문화, 재생'이라는 공모 주제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계획건축물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현미씨(왼쪽)와 성은희씨. 박진효씨는 대학 졸업 후 군복무중이어서 사진촬영을 하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가야관광호텔 앞에서 숙대입구역쪽으로 가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눈 앞에 보기에도 스산한 7층짜리 검은색 건물이 나타난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인사들을 취조ㆍ고문했던 곳으로 악명높은 '치안본부 대공분실', 즉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1997년 당시 서울대생이던 고(故)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받다 숨진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고(故) 김수근씨가 설계한 이 건물은 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 대상을 받은 '남영동 2013'은 이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민주열사 추모관과 추모공원으로 조성, 지역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지역X문화, 재생...'이라는 공모 주제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먼저 설계자는 남영동 대공분실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잊혀지거나 아예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특히 대공분실이 위치한 곳은 철도와 인근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철저히 '심문'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만큼 건축가의 의도된 단절로 인해 도시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지를 확장하는 한편 경계를 허물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철과 인접한 부지를 따라 길게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6m 높이의 '역사의 벽(history wall)'을 세워 대지의 밀도를 높이는 한편 동선을 유도하는 장치로 삼았다.

설계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건물 앞쪽에 2층 높이의 오르막길을 조성, 현재 보다 높은 위치에서 대공분실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시대 상황이 바뀐 만큼 과거 위압감이 느껴지도록 설계된 건물을 좀 더 높은 위치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설계자의 시각이 투영됐다. 이 '뷰 포인트(view point)'의 하부는 역사도서관이 들어서도록 설계했다.

대공분실 건물은 리모델링해 민주열사 추모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설계자는 1층 입구 외에도 건물 앞쪽에 새로운 덩어리를 삽입해 3층으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입구를 새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건물 내 공간을 2가지 프로그램으로 계획했다. 또 과거 피의자 동선이었던 1ㆍ5층의 공간은 체험공간으로, 고문실이 있던 5층 각각의 방은 전시장으로 꾸며 치유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3층 입구와 연결되는 4ㆍ6ㆍ7층은 전시홀로, 2층은 이를 지원하는 관리자공간으로 계획했다.

설계를 주도한 유현미씨(충북대 건축학과5)는 "과거 억압의 상징인 대공분실을 리모델링함으로써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며 "대공분실이 지닌 역사적 아픔과 억압이 사회로 표출됨으로써 2013년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잊었던 것을 무엇인지. 또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한번 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설계자 충북대 건축학과 유현미·성은희·박진효씨

아픈 역사 기억하기 위한 마음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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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대상에 응모할 작품을 설계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건축을 통해 꿈을 꿀 수 있었죠.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귀찮게 이것 저것 물어도 성심성의껏 지도해주신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민주열사 추모관과 추모공원으로 탈바꿈시킨'남영동 2013'을 출품해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현미씨(23ㆍ충북대 건축학과5)는 "프로젝트를 6개월 동안 이끌면서 즐거운 날이 많았지만 힘들어서 눈물을 보인 적도 있다"며 수상의 공로를 팀원과 학과 교수ㆍ동료들에게 돌렸다.

'남영동 2013'은 올해 졸업반인 유씨의 졸업작품을 발전시킨 것이다.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출품하기 위해 학과 1년 선배인 박진효씨(24ㆍ충북대 건축학과 졸업)와 3년 후배인 성은희씨(20ㆍ충북대 건축학과2)와 팀을 이뤄 6개월 여에 걸쳐 다듬고 또 다듬었다.

유씨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작품 대상으로 삼은데 대해 "1970~80년대의 독재와 민주주의 충돌로 인한 우리의 아픈 역사는 2013년 현재 누군가의 상처로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민중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시대상황을 기억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설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1970~80년대를 살아보지 않은 20대로서 당시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그래서 팀원들은 당시를 소재로 한 영화와 신문, 책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대상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건축가의 길로 한발짝 더 다가선 이들은 앞으로 인간의 삶과 지역적 특성을 건축이라는 그릇에 담아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씨는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지역이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봐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 지역만의 특색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며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군복무중인 박씨 역시 "주변환경과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을 고려할 줄 아는 건축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해 건축가는 다른 분야들의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며 "사람이 근본이 되는 디자인에 대한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리더십을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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