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자 '도가사상' 무대 올린다

장자 '도가사상' 무대 올린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짧은 것으로 긴 것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다름 아닌 장자(莊子)의 말이다. 풍자적이면서도 냉혹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명구이다. 그리고 장자의 유명한 이야기 한 토막.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건가, 나비가 꿈에 내가 된 건가.." 세상을 농(弄)하면서도 수천년간 그의 언설을 세상에 남긴 사람 장자의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진다. 경기고 출신들이 만든 화동연우회는 제 10회 정기공연으로 '나비의 꿈-나는 꿈에 장주(莊周)가 되었다'(제작 한진희, 연출 이항)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호접지몽(胡蝶之夢)'으로 상징되는 장자의 도가사상을 등장 인물들과의 갈등과 인연을 통해 풀어낸다. 은유와 비유로 점철된 그의 사상이 생생한 육성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 연극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우선 그 새로운 시도에 있다. 제작진은 이번 극을 '풍류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구분한다. 선비들의 음악이기도 한 풍류는 서양극처럼 대사와 노래가 구분되지 않고 '노래 속에 대사가 있고 대사 속에 노래가 있는' 새로운 형식이다. 또 전통 정가를 본격적으로 극에 접목시키는 시도도 곁들인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제작진의 면모로부터 이미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과 가야금의 명인인 황병기가 이번 극의 무대와 음악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개척한 백남준과 전통음악에 실험적인 초현대적 곡을 입혀온 황병기가 68년 뉴욕공연과 86년 아시안게임 위성쇼 이후 다시 만나는 것. 백남준은 평면적인 산수화에 입체감을 표현하는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며 황병기는 언더그라운드 락그룹인 '어어부 프로젝트'와 함께 작업, 새로운 가락을 완성해 낸다. 거기에 김삼진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원 교수의 실험적 안무와 김광림 연극원 원장의 극본이 더해진다. 그야말로 새 장르에 어울리는 실험적 공연인 셈. 출연진 면모도 탤런트 신구, 영화배우 이혜영ㆍ최용민ㆍ이근희 등으로 화려하다. 정가의 대표적 여창 황숙경도 함께한다. 스산해지는 계절. 다시 부활하는 장자를 새로운 형식으로 만나 가슴속을 따뜻하게 채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희원기자 입력시간 2000/11/13 17:3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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