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다릴까, 아니면 방향을 틀까.’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판교 신도시 인구밀도를 ㏊당 96명에서 86.4명으로 낮추기로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판교 신도시 내 주택건립 가구 수도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판교 입성을 위해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치러야 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줄어드는 가구 수와 용적률은 주택공사ㆍ토지공사ㆍ경기도ㆍ성남시 등 4개 시행업자의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이 윤곽을 드러내야 알 수 있지만 가구 수는 대략 2,900가구, 용적률은 150%에서 135%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좁아진 관문만큼 치솟는 가치=판교 신도시에 적용되는 인구밀도가 낮아짐에 따라 공급주택 감소에 따른 경쟁률 역시 치솟을 전망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가구 수 10% 감소를 전제로 할 경우 전용 25.7평 이하 주택에 대한 성남시 이외 수도권 거주 1순위자의 청약경쟁률은 대략 543대1에서 738대1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당첨확률이 가장 높은 성남시 거주 40세 이상, 10년 무주택자의 경쟁률도 72대1에서 79대1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 경쟁률 변화가 판교 분양을 기다리는 청약 대기자들의 전략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판교 당첨은 로또 당첨’이라는 분위기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경쟁률 상승이 쉽게 수요자들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공급물량 축소로 판교 신도시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진 만큼 투자가치만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구밀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주거환경이 쾌적해지는 셈이어서 투자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공급가구 수가 10% 정도 줄어든다면 완공 후 집값은 10~20%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야를 넓혀라=판교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커진 만큼 판교 영향권의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판교 신도시 개발 기대감으로 가격이 뛰고 있는 분당 신도시나 용인 지역 아파트 값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분당 신도시의 경우 한달여 전부터 평형에 따라 1,000만~2,00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판교와 인접한 용인 성복ㆍ죽전ㆍ동천동 일대 중대형 아파트도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용인 죽전지구 내 A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용인 지역 아파트 값 상승은 판교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라며 “판교 공급물량이 축소되면 주변지역의 기대심리는 더욱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판교 신도시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저밀도 재건축 등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어차피 판교 당첨이 어렵다면 사실상 강남권의 마지막 대규모 아파트 공급인 저밀도 재건축 일반분양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판교 당첨확률이 더욱 낮아진 만큼 시야를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판교에 ‘올인’하다가는 다른 기회까지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재건축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들이 사업을 서두르면서 4~5월에만 ▦잠실시영 ▦잠실주공2단지 ▦도곡주공2차 ▦신도곡 ▦도곡연립2단지 ▦화국2주구 등 6개 저밀도 재건축 단지들이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굳이 판교만 고집하기보다는 투자가치가 높은 대체지역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